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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Dec 11. 2023

첫째 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엄마로서 반성중입니다.


나는 첫째다. 남편도 첫째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이라는 위치로 올라간 당시 3세였던 첫째 아들이 안쓰러웠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태어나보니 첫째인 삶을 계속 살아왔기에, 그 무게를 안다.

남편을 봐도 장남으로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름을 느낀다.

둘째, 셋째 등도 나름대로의 무게와 감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째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주변에서 듣는 말이 꽤 많다.

'첫째니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첫째가 잘되야 동생들도 잘된다. 첫째는 우리 집의 기둥이다.' 등.

이런 말을 듣고 자랐기에 가슴속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여태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음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 아들에게 내가 느낀 무게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니까, 형이니까'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첫째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지.'라는 말 전혀 하지 않는다. 왜 첫째만 양보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라서.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를 많이 컸다고 생각해 버리고 그렇게 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깨달은 것이 아니라 남편의 말을 통해서,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나서...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이는 두 살.

둘째는 아직 아기라고 생각하며 대하고 있는데, 첫째는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게 안되니까 나는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해서 지치고, 아이는 아이대로 잔소리로 느끼니까 힘들어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답이 없는 것을 매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https://pin.it/5 fscY6 U


며칠 전 아침이었다. 첫째 아들이 늦게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빨리 해야 하는데 늑장을 부린다.

매번 저녁에 다음날 아침에 학교 갈 가방을 챙겨놓으라고 말하는데 듣지를 않는다.

그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으니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라도 정리를 하면 좋겠는데, 뒷전이다. 

자기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이제 학교 갈 시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쑤셔 넣는다. 

방과 후 노트 챙겼냐고 물어보면 그제야 '아!' 그러고 주섬주섬 챙긴다.

아....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네가 늦게 해서 네가 지각하는 것인데 뭐...라고 생각하고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인다. 

그러면 내 말투에 약간 냉정함과 가시가 돋쳐서 나온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왜 매번 똑같은 말을 하게 만들까? 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것을 첫째가 그대로 받고 있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날 두 아들을 학교,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남편이 나에게 슬며시 얘기했다.

"첫째가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너무 혼자서 척척 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매번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야 하니까 나도 지쳐서 그래요. 그리고 스스로 조금씩 해야죠."

"남자는 스스로 잘 못해요. 남자는 18세쯤 되어야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해요. 그전까지는 계속 얘기해줘야 해요. 챙겨주고 알려줘야 해요. 정리하는 것도 아들 둘에 우리 집 정도면 깔끔한 편이에요. 그러니 너무 정리정리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정리하면 좋지만,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을 수 있어요. 첫째 같은 경우는 마음이 여린 데다 그런 압박감을 느끼면 좋지 않아요. 나도 예전에 첫째 같은 성격이었는데, 나에게는 할머니가 피난처 같은 역할을 해줬어요. 첫째에게도 그런 피난처 같은 곳이 필요해요."

"그게 오빠겠네요."

"내가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첫째가 매번 엄마를 찾는 것을 보면 첫째에게는 엄마도 그런 피난처 같은 곳인 거예요."


음... 남편의 말을 듣고 나서 그동안 내가 첫째에게 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나는 아직 어린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구나.

나는 별 것 아닌 것이라고 날린 가시에 그 어리고 조그마한 몸으로 다 받아내고 있었구나.

그날 첫째 방과 후 수업이 마치기를 기다리면서 1학년 엄마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 있는지, 어디까지 챙겨주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됐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한 엄마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을 때, 왜 제대로 하지 않냐며 소리도 지르고 많이 혼냈단다.

지금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가만 보면 아직 이렇게 어린아이인데, 어렸던 첫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랐구나 알게 되었다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첫째에게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라는 곳도 처음 들어가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날 첫째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엄마가 매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거 듣기 어때?"

잠깐 생각한 후, "음, 듣기 별로 좋지 않아."

"그럼 아예 말을 하지 말까? 네가 하고 싶을 때 하게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어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음... 아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모르겠다.

아이마다 기질, 성향이 다르기에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내가 생각한 조건에 아이를 구겨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엄마가 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그동안 내 태도와 말투에 문제가 있었음을 느끼고 반성중이다.

서로 처음이기에 서툴 수밖에 없는 관계. 

이 관계를 현명하게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해야겠지.

나는 나대로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려고 해야겠다.

아이가 원할 때는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이야기도 더 잘 들어줘야겠다.

끊임없이 배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렇게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그렇기에 여기 글로 남겨놓으려고 한다.

한 번씩 아... 내가 이러면 안 되는구나! 깨닫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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