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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an 10. 2024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도둑맞은 집중력??...!!! 최근 누군가 저를 지켜보고 지은 제목인가 싶었어요.

아니, 최근이 아니라 꽤 되었는지도 몰라요.

예전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냥 정신이 없는 거였어요.

넘쳐나는 정보를 머릿속에 구겨 넣으려다 보니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배속을 빨리해서 흘려들어요.

시간이 부족한 느낌에 빨리빨리가 입에 붙어서 시간을 들여 제대로 사색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많아요.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 지치고 힘들어하는 내가 보여요.

그제야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기에 혼자 도태되기 싫어 또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책의 저자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한 하리. 

그는 전 세계 3만 마일을 이동하며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의 인터뷰와 중대한 연구 사례, 그리고 집중력 위기 한복판에 놓인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서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을 이야기해요.


 세계적으로 우리의 집중력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고 해요.

미국 대학생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은 평균적으로 3분 정도만 집중한다고 해요. 세계적인 명소에 가서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휙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이유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자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현대 사회의 비만이 정크 푸드 같은 질 나쁜 식품 공급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유행병인 것처럼, 집중력 위기도 현대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거죠. 

실제 원인은 훨씬 거대한 세력에 있는데 대부분 우리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고만 해요. 

한 개인으로 집중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기에 조직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해요.


저자는 그동안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훼손하는 12가지 강력한 힘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정보의 방대한 양과 빠른 속도, 수면 부족과 과로 상태, 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인 독서 붕괴, 알고리즘과 무한스크롤 등으로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과각성 상태,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일으키는 식단,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로 가득한 화학물질 등이에요. 

장기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이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힘이 계속해서 집중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집단을 조직해 대항해야 한다고 해요.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해요.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회할 공간을 마련해야 해요.

또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해요.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는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의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을 차단해야 해요. 


우리가 집중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개인 차원에서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고, 집중력의 분열은 개인뿐 아니라 기후 위기 같은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면 그것을 바꾸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져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죠. 거기에 전념해야 해요. 주의력도 필요하고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그게 우리를 점점 더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P. 52)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언제부터인지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해요. 

그나마 책을 읽을 때 집중하는 편이긴 한데, 가만 생각해 보면 책을 읽을 때도 핸드폰을 옆에 두고 계속 확인하고 있어요. 

빨리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하는데, 정작 제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딴생각이 주의 집중의 정반대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이유로 딴생각을 하면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실제로 딴생각은 다른 형태이자 반드시 필요한 형태의 집중이다.” (P. 149) 


지금까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제 개인 탓으로 여기고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다 확인하느라 그전에 하던 일은 늦어지기 일쑤여서 SNS 알람은 다 꺼버리고 기간을 정해서 한 번에 확인하고 있어요.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되도록 접속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책을 읽으니, 우리의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좁은 시각에서만 바라봤던 문제를 넓은 시각에서 보니, 그동안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있는 기분이었어요. 

높아서 포기해 버리기엔 각자 인생은 소중하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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