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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an 07. 2024

책 읽는 것도 체할 수가 있구나!


2023년 나의 목표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을 우선순위로 잡았다. 책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기에 되도록 다양하게 읽자고 다짐하면서.

그렇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예전에 나는 새 책을 구매하거나 선물로 받거나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전자책을 통해서만 책을 읽었다.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새 책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중고책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루트가 생각보다 꽤 다양했다.

SNS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었을 테다.

출판사에서 도서 서평단, 서포터즈를 모집한다는 것과, 리뷰가 쌓이면 SNS를 통해 도서 협찬 제의가 들어온다는 것도 알았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감사하게도 1년간 출판사 서포터즈가 되면서 한 달에 3권 정도의 신간을 꾸준히 읽었다. 리뷰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책을 읽은 후 나만의 기록을 남기자 다짐했기에 괜찮았다. 비록 어려운 책이 있어서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기도 했지만.

블로그에 도서리뷰가 쌓이면서 가끔 메일로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 제의가 들어왔다. 책을 다양하게 읽고자 다짐했기에 거의 다 수락하면서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겼다.

북클럽을 하고 있기에 내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지역 도서관도 활용했다.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거나 예약했다가 읽었다. 내 책이 아니어서 줄을 긋지 못하고 활용하는 것에 제한이 있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서 좋아한다.

중고서점도 난생처음 이용해 봤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 중에 소장하고 싶은 책은 중고서점에서 구매하고, 그 김에 두 아들도 각자 책을 선택하는 경험도 줬다.

물론 산 책도 있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거나 직접 서점에 가서 읽고 싶었던 책을 선택해서 가져왔다.

전자책은 3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전자책도 매력이 있는데 나는 직접 만져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렇게 다양한 루트로 책을 읽으면서 책 읽는 속도가 붙었다.

초반엔 일주일에 1권 정도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짧은 책의 경우 하루에 한 권 읽기도 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정해진 기간 내에 리뷰를 올려야 하다 보니 급하게 읽었다.

그래도 리뷰를 쓰면서 한번 더 정리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반기로 가면서 머리가 멍하니 책을 읽을 때가 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읽은 내용인데도 뭔 내용인지 몰라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딴생각도 하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보였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너무 급하게 책을 읽고 있구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읽으면 좋을 텐데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은 욕심이 하나 둘 쌓여서 나를 여유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읽은 책이 175권이었다. 리뷰는 164권을 했다.

우와... 175권이라니... 쌓인 권수가 많아서 뿌듯해야 할 텐데 내 마음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나 이만큼 읽었어! 라며 혼자 좋아했을 테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2023년 동안 읽은 책




초반엔 속도가 붙는 것이 재미있었다.

뭐든 초반엔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조금씩 빨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책 읽기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병렬독서라는 것도 알게 되어 하루에 2~3권씩 조금씩 읽기도 했는데, 한 권만 계속 읽다 보면 지루함을 느껴 색다른 시선과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았다. 

책을 여러 가지 읽으면서 책 내용이 섞이고 무슨 내용일지 헛갈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지겨워서 그 책을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지만 한 권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도 있었다. 

책마다, 내 컨디션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속도에 미쳐있다 보니 깊이를 희생하고 있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에 나온 말인데, 누가 나를 지켜보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 상황과 딱 들어맞았다. 그런데 이미 벌려놓은 책이 많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까지만 하고 좀 천천히 하자 마음먹었다.

2023년 12월로 서포터즈 활동도 끝나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2024년이 되었다.

지금 '총, 균, 쇠'를 한 달 넘게 읽고 있다. 다른 책들 읽으면서 틈틈이 읽고 있다.

속도를 빠르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러 소리 내서 읽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방심하는 사이 속도가 다시 빨라짐을 느낀다. 

아, 뭐가 그리 급하길래 또 빨리빨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내 욕심이 가득 차올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올해는 조금 천천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내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목표다.

책을 천천히 소화시켜서 체할 일이 없도록 말이다.



(제목 이미지 출처 : https://pin.it/6LD7G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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