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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an 20. 2024

아이들 방학을 대하는 나의 자세


두 아들 겨울 방학 기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첫째는 방학을 맞은 지 3주가 되어가고, 유치원생인 둘째는 4주가 되어간다.

겨울방학이 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각오를 했다.

아이들 방학에 뭔 각오까지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해야 한다.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동안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짧은 혼자만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 아닌가.

그 시간이 그렇게 귀중했다는 것을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면서 바로 실감했다.


먼저 어딜 가든 흔적을 남기는 두 아들. 집 안 곳곳이 두 아들 영역 표시 구역이라도 되는 듯하다.

하루 이틀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그런데 삼일이 넘어가면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가 된다.

물건들의 원래 위치가 방바닥이라도 되는 듯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나는 그게 신경 쓰이는데, 두 아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무신경했으면 좋으련만. 왜 혼자 정리정돈에 강박이 있는 사람처럼 이러는지.

이런 내가 싫은데, 어쩔 수 없다. 한 번씩 정리를 해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물건들을 보면 머리가 뱅뱅 돌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집중도 되지 않는다. 이런 성격은 내가 제일 손해라는 생각을 최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하루종일 다양한 소음에 노출된다. 

뭐, 귀여운 꾀꼬리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처음에는 괜찮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귀가 피로를 호소한다.

가끔 에어팟을 꽂고 있는데 그걸 뚫고 내 귀에 바로 꽂히는 두 아들의 목소리.

아, 대단한 성량을 가진 아이들이구나! 싶다. 특히 둘째의 또랑또랑하고 큰 목소리는 바로 내 귀로 직진한다.

내 청력이 예민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그냥 그런가 보다 넘길 수 있는 것일까 가끔 생각한다.

다른 것은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닌데 하필 또 청력은 예민해서는...


세 번째 도무지 혼자 있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어딜 가도 함께 가야 한다.

절대 둘만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무섭단다. 그래. 그럴 수 있다. 나도 둘만 놔두고 어디 가기엔 걱정된다.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 항상 같이 나간다. 그게 귀찮아서 나가지 않을 때도 있다.

날씨가 너무 추울 때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낫기도 하다.

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갑갑해질 때가 온다. 바깥바람을 쐬기를 내 온몸이 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너무 춥지 않으면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가자고 한다. 뭐,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나가면 좋긴 하다. 밖에서 종알대는 소리는 자연과 함께 하니 그나마 새소리처럼 들리는 착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님 내가 마음이 조금은 유해졌기에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https://pin.it/4 ZV1 R35 hB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기도 하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그럴 시간이 없다. 특히 방학 때는 거의 포기한다.

초반엔 아... 두 달 넘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지 걱정이 앞서는데,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정신 차려보면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때도 있다. 그땐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럴 때 보면 잠깐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참 웃기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들이 개학을 하는 동시에 그 허전함과 아쉬움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드디어 몇 시간이라도 자유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래, 이 해방감이 느끼고 싶었던 거야!! 라며 기분도 좋아진다.

음... 잠깐 상상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그 시간이 오려면 많이 남았지만... 


학생 때는 방학만 기다렸는데... 학부모가 되니 방학이 별로다.

두 아들은 방학이 너무 좋단다. 그렇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기간이니까.

나도 이해한다. 학교, 유치원도 사회인데 그곳에서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테지.

그래서 방학이라는 시간을 줘서 아이들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 쉬는 시간! 좋다. 나에게도 좀 줬으면 좋겠다.

한 해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생겨 잘해줘야지 다짐하다가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놀까 싶기도 하고.

아니, 커서도 계속 이러면 어쩌지 공포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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