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왜 올려? 심플하게 첫 라운드 가자!

머리를 올린다고, 내가 기생이야?

머리를 올린다는 말은 골프 정규 홀을 처음 나가게 되는 사람이 흔히 듣는 말이다. 스스로도 드디어 머리를 올리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골프를 꽤 쳤던 동반자는 내가 머리를 올려줄께라는 선의와 어깨 으쓱함을 장착한 말이다.

나는 컷트 스타일이라 올릴 머리도 없는데 굳이 머리를 올려야 하나? 그 의미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머리를 올린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훈련받아온, 기생이 되려는 처녀가 가야금과 춤을 배우고 선배 기녀들에게 남정네를 즐겁게 할 이것 저것을 배운 뒤 드디어 한 남자, 물론 어느 정도 재력과 권력이 있는 이였을 것이다. 그런 이를 만나 밤을 보내고 난 뒤 댕기머리를 쪽을 져 올리는 것을 그리 표현하였다. 머리를 올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기녀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국내에 골프가 처음 소개된 건 1900년 고종 37년, 정부 세관관리였던 영국인들이 원산 바닷가에 6홀의 코스를 만들어 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골프를 하게 된 건 이보다 한참 뒤인 1924년 경성골프구락부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우리나라 골프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자리는 원래 1929년에 개장한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이었다. 골프는 지금도 여전히 부자들의 스포츠로 인식된다. 일제강점기에 골프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그려보면 “머리를 올린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을까 유추가 되면서 씁쓸해진다.  

더 좋은 말, “첫 라운드 가자”

머리를 올린다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이다. 좋게 생각하면 실전을 위한 준비가 그만큼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골프 그린에 서기 전까지의 과정은 많은 노력을 요한다. 연습장에서 3~6개월 정도 기본기를 익히고 골프 매너도 따로 익혀야 한다. 요즘은 스크린 골프장에서 어느 정도 규칙을 습득한 후 필드에 나가는 사람이 많다.

곧바로 정규 홀에 가는 것보다는 실전 경험을 위해 9홀의 퍼블릭 골프장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잔디의 감촉과 야외에서 골프를 칠 때의 감각 등 그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공을 칠 때 서 있어야 할 위치 등 그린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알아야 서로 쾌적하게 공을 칠 수 있다.

골프는 단순히 채를 휘둘러 공을 홀컵에 넣는 운동이 아니다. 동반자를 배려하고 매너를 지키면서 즐기는 스포츠임을 인식해야 한다. 머리를 올린다는 표현으로 필드에 서기 위해 해온 노력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또 머리를 올려준다는 표현으로 우월감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담백하게 “첫 라운드에 가자”라고 표현하자. 도대체 언제쯤 첫 라운드 갈까. 오늘도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을 쉼 없이 휘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