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여행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따라가는 숲길
나는 메밀꽃이 좋다. 달밤이든 한낮이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과 주린 배를 채워주었을 메밀이라는 음식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와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꽃도 보고 메밀국수도 먹고... 인간은 자연에게서 수많은 혜택을 받는다.
메밀꽃 필 무렵에 역사는 이루어졌으나 그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아무도 없는 은밀한 역사였다. 소설 속에서 허생원은 간질간질한 가능성과 희망을 품는다. 이효석 문학의 숲은 자신 없는 외모, 소심한 성격, 평생의 기억이 될 하룻밤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허생원을 닮았다. 말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도 않는다. 성 서방네 처녀라고 묘사되는 이름 모를 여인과의 하룻밤이 평생을 살아갈 추억이 되었던 그는 자신과 같이 왼손잡이인 동이가 그의 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 바라기는 소설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 그런 바람과는 별도로 이야기는 흐르고 결말은 나지 않았다. 이효석은 자연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작가였다. 이 작품을 대하면 어스름한 저녁 무렵 메밀꽃밭을 거닐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무장애 데크길을 따라 내려오며 허생원처럼 평생 그리운 이를 떠올려본다. 어머니의 얼굴, 사랑하는 이의 얼굴, 아이의 모습...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이효석 문학의 숲은 문학과 숲이 만나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듯하다.
평창군 봉평면 문학숲길 97
033-335-4477
http://www.hyoseok.org
관람시간 4월 ~10월 09:00~18:00
11~3월 : 09:00~17:00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누구나 예술인이 되는 평창 무이예술관
폐교의 변신은 숱하게 시도되었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평창 무이예술관은 고되고 답이 없을 것 같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현재는 지역민과 소통하고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참다운 의미의 예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봉평의 어린 시절을 담당했던 무이초등학교, 폐교가 되었지만 그 변신은 드물게 성공적이다. 가을날 도시락 하나 들고 소풍 나서는 기분으로 예술의 향기를 순례한다.
어느 계절이든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예술적 향내를 맡을 수 있다.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 작품들이 평창의 숲을 배경으로 마음의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주말 밤에는 음악회가 열리고 이곳에서 사라져가는 계절을 만끽한다. 독자적으로 서 있는 예술도 중요하지만 소통하고 다가가는 예술이 되겠다는 관장의 의지가 지금의 평창 무이예술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 233
관람시간 3월 ~10월 09:00~18:30
11월 ~2월 10:00~17:00
033-335-41182
관람요금 : 일반 3,000원
추천 평창 숙박 - 정원이 아름다운 켄싱턴 호텔
오대산을 등산 또는 월정사, 상원사 방문으로든 꽤 여러 차례 오가면서 켄싱턴 호텔을 눈여겨보았더랬다. '드디어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구나'라는 감회가 남다르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숙박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추천의 가장 큰 이유는 호텔에서 관리하는 꽤 큰 규모의 정원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호텔이어서인지 붐비는 경향은 있지만 이른 새벽, 켄싱턴 가든 산책은 이 호텔에 머무는 의미를 충분히 가치 있게 만들었다. 서리꽃이 내려앉은 정원을 산책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1월 아침의 호텔과 정원은 오래도록 기억에 아로새겨질 것 같다. 조식 뷔페를 서둘러 먹고 난 후 더 빠른 걸음으로 정원으로 나가 겨울로 가는 길목의 아침을 선명하게 느껴보길 권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로 231
033-330-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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