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의 절터, 익산 미륵사지 그리고 왕궁리유적

세계문화유산인 백제문화유적지구에서 지도상 가장 아래쪽에 있는 익산으로 향한다. 공주, 부여, 익산으로 백제 역사의 연보가 이어지므로 순서대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백제 말기의 유적인 왕궁리유적지와 미륵사지는 백제문화의 발전상과 남다른 규모를 보여준다. 가을바람 솔솔 부는 날, 벤치에 앉아 너른 땅에 잠들어 있을 백제인의 기개를 떠올린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풍경은 덤이다.

신라에 몇 차례 승리를 거둔 무왕은 궁궐을 새로 짓고 익산에 또 하나의 작은 수도를 세워 힘을 과시하고자 하였다. 현재 남아있는 왕궁리유적이 무왕 때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왕궁으로 쓰였던 기간은 짧았다. 그 후에 사찰로 바뀌었다가 버려지다시피 하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왕궁리 유적이 발굴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에 빙 둘러 담장이 있고 정전과 편전, 내전 등 크고 작은 건물터가 있다. 뒤편으로는 큰 연못과 궁의 화장실 유적, 후원 역할을 하였을 자그마한 숲이 있다.

유적터는 오층석탑을 제외하고는 밋밋하다. 건물터는 잔디로 덮여있거나 기단, 주춧돌의 흔적을 보여주는 돌무더기만 나뒹굴고 있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다.

왕궁리유적의 중심부에는 왕궁리오층석탑이 서있다. 이는 고려시대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석탑이 있었기에 이곳이 절터일 것이라 추정하였으나 오랜 기간 발굴이 진행되면서 무왕이 세운 백제 왕궁터임이 밝혀졌다. 백제의 익산시대는 미처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언젠가 저 너른 땅 위에 철저한 고증에 의해 백제의 궁이 올라설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미륵사지는 10만 평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절터이다. 이처럼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는 백제의 스케일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미륵사지에는 2개의 탑이 서있다. 한 면이 부서져 내린 탑이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탑이고 오른쪽이 원형에 맞게 복원한 것이다. 신라의 공주인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의 설화가 담긴 백제 민요 '서동요'를 떠올리며 639년 건립된 미륵사지 탑에 담긴 염원을 그려본다. 미륵사지 왼쪽에 자리를 찾지 못하고 놓여있는 거대 석들이 언젠가 자리를 찾게 될 날이 오리라.

백제 문화는 융성하였지만 멸망하였고 그 후 1400년의 세월이 흘렀다.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가 단순히 돌무더기가 아니다. 그 위에 상상력을 발휘해 백제 시대의 위용을 자랑할 만한 궁궐과 절을 세운다. 자신의 삶이 갇혀있는 삶이라고 느껴진다면 익산의 백제 유적지를 돌아보자. 넓은 도화지 위에 새롭게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볼 기회다.  

그 외 가볼 만한 곳

구룡마을 대나무숲

전북 익산시 금마면 636-1

사유지여서 관리가 덜 되어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꽤 넓게 자리한 대숲이 자연의 싱그러움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왕대의 북방한계선으로 마을에서는 이 왕대를 이용해 죽제품을 만들어 강경오일장에 내다 팔았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니 긴팔 긴 옷은 필수다, 아니면 벌레퇴치제를 뿌리고 산책하는 것이 좋다.

익산 교도소세트장

전북 익산시 성당면 함낭로 207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폐교부지에 세워진 교도소 드라마세트장이다. 영화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 <아이리스> 등 260편의 드라마 또는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인 <강철부대>가 촬영되었다. 교도소보다 더 교도소같은 익산의 이색여행지다.

추천 맛집

맛동순두부(미륵산순두부) 063-835-8919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97

들깨가 들어간 순두부가 고소하면서도 진하다.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가 매울 것 같은데 매운 정도가 세지 않고 딱 알맞은 얼큰함이다. 생두부 또는 3~4명이 먹는다면 두부김치를 함께 주문하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효율적이다. 곁들이로 나온 인절미가 부드럽고 달콤해 순두부를 먹고 난 후 입가심으로 먹으면 좋다. 익산 동네 사람한테 물어 추천받은 집으로 지도검색은 맛동순두부로 해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