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있는 생활사박물관 "외할머니의 부엌"을 찾았다. 주머니에 돈만 생겼다 하면 전국을 다니면서 우리네 사라져 가는 생활물품을 하나둘씩 사들였다고. 이것도 중독이면 중독이라고 어떤 물건이 나왔다 싶으면 달려가야 직성이 풀렸고 살까 말까 이런저런 이유로 구입을 망설였던 물품은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어 기어코 가서 사야만 했단다. 이 모든 말은 그냥 따라면 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훗날 편하게 살게 해 주겠다는 역시나 할머니의 말을 믿고 전국을 따라다녔던 외할머니의 부엌의 주인장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외할머니의 부엌은 김포 덕포진 가까이 있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지나자마자 나온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콘크리트 건물로 외형은 현대적이다. 1층 생활사박물관에 들어서니 이 공간에 '이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생활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만여 점이다. 개인의 취미가 박물관까지 만들게 했지만 운영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갖가지 항아리, 술독, 쌀독, 어마어마한 크기의 항아리는 똥통으로 쓰였던 항아리다. 방아에 달려있는 공이, 가래, 기름 짜는 틀, 굴뚝에 쓰인 옹기 등 다양한 생활물품이 빼곡하다.
입구에 도착하면 문이 닫혀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차 소리가 나면 할아버지 한분이 내려오신다. 입장료 5000원을 내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할아버지께서 수집하러 다녔던 이야기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이었는지 위트 있게 설명을 해주신다. 큐레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신다.
박물관 관람으로 끝이 아니다. 외할머니의 부엌이 생활사박물관이라는 것은 알음알음 알려진 사실이지만 2층이 공유 부엌임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예약을 하면 1인 1만 원으로 아이들 또는 친구들과 음식을 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3명, 준비된 메뉴는 호박전, 도토리묵무침, 수제비다. 앗차 한 가지 알려둘 말이 있다. 외할머니의 부엌이지만 주중에는 할머니는 안 계시고 할아버지뿐이다.
할아버지께서 밭에서 따온 늙은 호박과 야채를 내놓으시고 냉장고에서 우리밀을 사용해 반죽해놓은 수제비 반죽을 꺼내 주신다. 도토리묵은 직접 채취한 도토리로 쑨 진짜배기 도토리묵이다. 어째 생활사박물관 이야기보다 먹는 이야기가 더 왁자지껄하다. 도토리묵이 확실히 찰지고 맛나다. 늙은 호박을 채 써는 것은 힘들다. 기본 재료만 준비해주시고 나머지는 방문한 사람들이 모두 한다. 씻고 채 썰고 무치고... 수제비를 한솥 끓였다. 부엌이 부엌답게 돌아가는 동안 할아버지께서는 커피콩을 갈아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신다. 요건 할아버지 기분 따라인 듯. 근래 마신 커피 중에 엄지 척이다.
할아버지와 함께 오순도순 식사를 마치고 났는데 식후 커피를 3층에서 마시자고 하신다. 3층의 베란다는 탐이 난다. 푸르름이 너무 좋다. 베란다에 다육식물과 잘 가꾼 화분이 정갈하고 꼼꼼하다. 내려다보면 정원과 텃밭이 아슬아슬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할머니께서 자꾸 텃밭을 넘본다는 말씀에 웃음이 터진다. 할머니의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소박하지만 정감 있게 가꾸어진 정원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2층에서 음식 해 먹고 3층에서 차 또는 술 한잔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전화해서 할아버지께 여쭈어보도록. 해마다 무슨 때가 되면 젊은 친구들 팀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단풍 곱게 든 가을날에 함께 음식 해 먹고 3층에서 수다를 떨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외할머니의 부엌 031-984-1993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덕포진로103번길 95-7
생활사박물관 월요일 휴무, 관람시간 10:00~18:00 관람료 성인 5,000원, 어린이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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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여행은 경기도 역사문화생태관광지 홍보를 위한 경기유랑단 서포터즈로 운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