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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11. 2021

금동대향로와 능산리 고분, 나성이 있는 백제

우연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고 그 우연이 현실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문을 열기도 한다. 

백제 최고의 예술품인 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능산리 고분군 주차장 공사를 하려던 중 물이 고여있는 진흙더미에서 나왔다. 대향로는 사비천도를 감행한 성왕과 연관이 있다. 발견된 곳이 성왕의 아들 위덕왕이 그의 아버지를 위해 지은 사찰의 대장간이 있던 자리다. 위덕왕이 누구인가? 성왕은 554년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태자 시절의 위덕왕은 호전적인 성격이 강하였고 관산성 전투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성왕은 그런 아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투지로 달려왔고 여기에서 신라군 매복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참수된 아버지의 시신 앞에 선 위덕왕이 심정이 어찌하였을까. 위덕왕은 아버지인 성왕을 기리기 위해 사찰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금동대향로가 출토되었다. 적군이 말발굽이 들이칠 때 천에 싸서 대항로를 숨겼고 1,400년이 세월이 흐른 후에 진흙더미에서 살아 돌아왔다, 백제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능산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은 미미하다. 도굴군에게 대부분의 유물이 털렸고 결국 백제 어느 왕의 무덤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660년 백제 멸망 후 1,400년을 훌쩍 넘은 시간은 많은 것을 퇴색하게 만들었고 부서지고 묻히게 만들었다. 그 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꺼플, 두꺼플 생활의 흔적이 쌓여왔다. 백제유적지구를 둘러보다 보면 복원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금동대향로는 나온 곳은 성왕의 무덤과 나성의 중간 정도의 절터 자리다. 나성은 부여를 수비하기 위해 쌓은 8km의 외성이다. 백제 문화유적지를 꽤 안다 하는 이들도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은  생소할 수 있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백마강이 흐르고 부소산성의 지형지물을 십분 활용하여 쌓은 성곽은 생과 사의 경계를 만든다. 능산리 고분군은 성의 바깥쪽에 붙어서 만들어져 있다. 성의 한쪽은 흙으로 되어있고 바깥쪽은 돌을 쌓았다. 돌로 쌓은 성벽은 강이 범람할 때는 자연적으로 제방 역할을 하였다. 


능산리 고분군에서 나와 나성으로 가는 길, 문화 역사적 가치로 인해 어엿하게 세계문화유산 백제지구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길에는 간혹 한 두 사람이 보일뿐 호젓하다. 숨겨진 백제의 보물이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 외 가볼 만한 곳

백마강 나래공원 억새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 518-12

억새의 계절 가을이다. 백마강 나래공원에는 대규모의 억새밭이 조성되어 있다. 대부분 물억새로 억새에 비해 꽃의 색이 흰 편이다. 차를 타고 둑 위로 달리며 억새 풍경과 함께 달려야 할 만큼 길게 이어진다. 지금부터 2주 후면 부소산성 단풍이 고울 것이며 물억새 꽃도 많이 피어 가을 분위기를 그윽하게 만들 것이다.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81

궁의 남쪽에 있다 하여 궁남지로 백제 무왕이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연못 한가운데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정자를 세웠다. 대규모 연꽃 단지여서 연꽃 피는 7월에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가을 또한 멋스러운데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와 노란 물양귀비, 호주 연꽃 등 수련 종류가 꽃을 피우고 있고 수로에는 청보라색 물옥잠화가 수를 놓고 있다. 

추천 맛집

본가석갈비 041-837-4949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성왕로 284-1

돼지석갈비(13,000원)가 대표 메뉴다. 초벌구이한 돼지갈비를 돌판에 내온다. 양파를 깔고 그 위에 석갈비를 얹어 마지막까지 뜨거운 석갈비를 먹을 수 있다. 석갈비가 너무 뜨거워 입천장을 홀라당 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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