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올라야 맛이고 산중에 있을 때 가장 생생하게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체력이 되지 않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은 이는 산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말인가라는 마음도 없진 않다. 누군가에게 케이블카는 산을 단숨에 오르게 해주는 고마운 교통수단일 것이다. 스위스 알프스에 갔을 때 기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간마을을 넘나들었던, 그래서 너무나 신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둔산은 채 봄이 되지 않았던 2월에 산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나 고된 산행이었기에 체력이 다 해 그 유명한 대둔산 구름다리를 가보지도 못하고 내려왔다. 뭔가 앙꼬 없는 찐빵을 먹고 온 듯한 그런 대둔산과의 옛만남은 아쉬움이 남았다. 올 가을에는 앙꼬 있는 찐빵을 먹고 가을을 배부르게 느낄 생각이다.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시, 금산군에 걸쳐있는 대둔산(878m)은 보는 방향에 따라 산세의 느낌이 다른데 완주에서 보는 대둔산은 흙보다 돌이 많아 보이는 바위산처럼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가다 보면 바위산의 면모가 거침없이 드러난다. 대둔산 자락과 굽이치는 산세가 앞다투어 품으로 안긴다.
확실히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보다 쉽게 산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케이블카는 1990년 11월에 첫 운행을 시작하였고 그 이후로 대둔산을 가까이 느끼려는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이 곱고 겨울 설경 또한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대둔산, 단풍철이나 상고대 피는 계절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엄청 많다.
아직은 단풍이 시작되기 전이라 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 같은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운해의 신비함을 만나는 경우가 꽤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상부역사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는 순간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산세와 산 가까이 다가가면 기암괴석의 웅장함이 눈앞으로 달려든다. 다닥다닥 창가에 붙어 우리 산하의 절묘한 아름다움에 캬~하는 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든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까지는 10분, 마천대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오늘의 메인은 대둔산의 앙꼬인 금강구름다리다. 가을이 짙어지면 이곳의 색이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알록달록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겠지만 계절의 변화가 꼬물꼬물 시작되는 시점도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한 정경이다.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호기롭게 50m의 구름다리를 건너며 번쩍 뛰어도 보고(음~~ 이건 호기가 아니고 객기인 듯) 다리 건너편 다리 위에서 바위 위로 올라 손으로 잡힐 듯 가까운 마천대를 조망한다. 마천대는 하늘을 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마천대를 손끝으로 만지작 거리다 내려온다.
가을색이 짙은 대둔산을 만나려면...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여름의 신록에서 가을의 홍록으로 넘어가는 대둔산의 가을맞이는 계절적 어중간함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니 좋다. 같은 케이블카 안에서 어떤 이가 수년 전의 가을, 대둔산의 단풍이 너무 예뻤다는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워가며 듣는다. 그분은 선택받은 사람인가? 비록 사람이 아주 많아 도떼기 시장 같을 지라도 대둔산 절정의 가을에 꼭 와봐야겠다. 나도 자연의 선택을 받아 마음껏 그 풍경에 취하리라라는 마음에 주먹을 불끈 진다.
아~ 올해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던 만남이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끝났다. 산자락이 화려하게 옷을 입은 날 또는 상고대 곱게 핀날 또 찾아와야 할 듯하다. 아직도 봐야할 것이 많으니 대둔산은 여전히 나에겐 다시 가봐야할 산으로 꼽힌다.
대둔산 케이블카 이용안내
이용시간 09:00~18:00(운행 간격 20분)
이용요금 대인 왕복 12,500원, 편도 9,500원/ 소인 왕복 9,500원, 편도 7,500원
기상이변으로 인해 운행 여부 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