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관계는 나와 남이다. 가족과 친구가 그런 이분법적 사고를 부정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를 제외한 대상과 연결고리가 깊든, 그렇지 않든 남이 나를 이해할 수 있든 없든 나는 남과의 관계에서 울고 웃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타자에 대한 생각을 어찌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좀 더 행복할 수도 각박할 수도 있다. 나와 남이라는 화두를 내건 나남출판사가 만든 수목원이 나남수목원이다. 전라남도 장흥 출신의 나남출판사 대표 조상호 회장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을 그리며 지었던 출판사 이름(전라남도에서 따와 나남)이 어느 순간 나와 남이 함께 긍정적인 미래를 추구한다는 의미(나와 남이 함께 걸어간다는 나남)로 바뀌었다. 조회장은 아들의 이름을 지훈으로 하였을 정도로 조지훈을 인생 스승으로 삼았다. 선비 정신과 풍모가 남달랐던 조지훈을 그리며 항상 사숙 조지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 답을 찾으려고 했다고 한다. 사람다운 사람, 책다운 책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출판사 운영 지침이 수목원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남수목원은 거스름이 없다. 과함이 없이 온유하며 잔잔하다. 수목원에 들어섰을 때 혹시라도 이곳에 머무는 조 대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컸다. 가지 전정을 하느라 반대편 언덕 너머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나남수목원이 타인이 아닌 조 대표의 손길에서 하나씩 다듬어지고 있음이다. 수목원을 둘러볼 요량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강아지가 먼저 앞장선다. 잘 따라오나 확인하면서 앞서는 강아지의 살랑거리는 꼬리가 참으로 다정하다.
호수에 다다라 우측 언덕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확인한다. 평일에는 직원이 있지만 주말에는 매표소로 연락을 해야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1층은 북카페, 2층은 책박물관이다. 나남수목원의 백미인 공간이다.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하더니 카페에 앉으니 없던 시심도 생길 듯하다. 숲과 작은 호수가 펼쳐진 풍경에 가슴이 차오른다. 눈앞에서 가을 엽서가 한 장씩 찍히더니 여러 장의 엽서가 쌓인다. 자연과 거리낌 없는 소통이다.
방만한 쉼이 기껍다. 완료하지 못한 보고서, 상사의 다그치는 E메일, 마무리 못한 숙제는 의식의 귀퉁이로 쫒겨난다. 전세를 낸 것 같은 자연 속 카페에 꼭, 꼭 다시 오고 싶다. 커피도 맛있지만 직접 담갔다는 레몬블루베리를 강추한다. 색과 맛이 환상이다. 집에 와서 청귤청 담아두었던 것에 블루베리를 넣어 보았는데 북카페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지를 않는다.
2층 박물관은 나남수목원의 모태인 나남출판사에서 그동안 발간했던 책으로 빼곡하다. 나남출판사는 언론 방송 관련 전공서적을 주로 발간하는 출판사다. 조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이라도 나남수목원을 알고 싶다면 기사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유난히 조지훈 작가의 책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기분 좋은 나른함과 정적인 분위기에서 나와 수목원 길을 걷는다. 구절초, 목수국, 꽈리 열매가 햇살을 받고 있다. 나 또한 햇살을 받으며 걷고 싶은 만큼 걸었다. 소박하면서 사람의 정성이 가득 배어있는 길이 이어진다.
나오는 길에 수목원에서 딴 밤이라며 파는 것을 만원 어치 사가지고와 한동안 입이 즐거웠다. 만원으로 수목원의 여운을 꽤 오래 느낄 수 있었다.
나남수목원 031-533-7777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1196번길 56
이용요금 :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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