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곳은 그것대로, 새롭게 찾아낸 여행지는 또 다른 환희로 여행의 기쁨을 안긴다. 얼마전 전주에 묵을 일이 있었다. 전주 옆의 완주를 아느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가 아직 어린 새댁은 '완주는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여행지'라며 가까우면서 아이들과 가기 좋은 그곳으로 많이 나들이를 간다는 답을 하였다. 왠지 완주의 매력에 빠진 동지를 만난 듯해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간다.
새로운 버스를 타고 떠나는 기분으로 완주여행을 하였다. 이번 여행에 중점을 둔 것은 벚꽃이 만개할 때, 바로 그때를 꼭 집어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계획이었다. 날짜를 꼽고 지인찬스를 이용해 개화상태를 확인하면서 여행 시기를 조금씩 미뤘다. 올해 유독 꽃 개화기가 일주일에서 10일 가량 이상 늦어진 탓에 꽃놀이 시즌을 맞추기 어려워진 때문이다. 4월 중순이 넘어가는 지금은 갑자기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져 벚꽃이 후다닥 피고 져버리고 다른 꽃들도 얼추 제 시기를 맞춰서 피는 것 같다.
찰나의 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너무나 짧아진 봄에 아쉬움 가득이다. 그래도 천만 다행으로 올봄의 완주여행에서 벚꽃잎이 흩날리는 날을 만끽하였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완주 벚꽃의 투탑을 살째기 알려준다. 둘다 차량으로 드라이브하기 보다는 천천히 걷기를 추천한다.
먼저 널리 알려진 송광사 가는 길의 벚꽃길이다. 2km의 하천가를 따라 난 봄의 왈츠길이다. 수령 40년생 벚나무가 1차선 도로 양옆에 열을 짓고 있다. 벚꽃길의 제 멋은 그 사이에 난 도로가 얼마나 좁으냐인것 같다. 일방통행로의 벚나무가 아치를 이루고 그 사이로 차들이 다닌다. 꽃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새벽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드라이브로 부드럽게 지나가고, 다시 돌아와 들머리에 차를 세우고 벚꽃놀이를 즐기도록 한다.
낮에 이 도로를 지나려면 차량이 엉금엉금 기다시피 가고 중간에 내려설 수가 없다. 꽃놀이도 부지런한 이가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벚꽃길 말미에 송광사가 위치한다. 송광사는 종남산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절로 통일신라시대에 역사 기록에 등장한다. 고려 중기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태종에 귀속하였으나 인진왜란, 정유재란의 전란을 겪으며 전소한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중창하고 조성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모두 통과해야 대웅전이 나온다. 절은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온후한 느낌이 강하다. 4월 초파일을 위해 뾰족한 삼각형 형태로 연등을 설치해 놓았다.
두번째 완주의 벚꽃길을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만경강 신천습지를 찾아가는 길에 몽글몽글 연분홍 솜사탕이 피어오른 것을 보고 헤매다 찾았다. 이곳에 이런 보물같은 벚꽃길이 숨겨져있을 줄이야.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운동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벚꽃길을 전세낸 듯 걸을 수 있다니 올 봄에는 큰 복이 나에게 떨어진 것 같다.
습지는 봄이 옴을 가장 먼저 연두빛 새잎으로 얘기하는데 완주 만경강의 뚝방길은 연분홍 꽃길로 봄의 환희를 노래한다. 40년 이상은 됨직한 아름드리 벚나무가 뚝방길을 아침빛으로 물들여 가는 시간이 화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강을 따라 휘어짐이 있는 길이 벚꽃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옛 인연을 만날 것 같은 그리움으로 내몬다. 꽃의 재촉에 마음이 바쁘고 걷는 내내 절정으로 부푸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 오래도록 이 길을 걸 었고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봄을 누렸다.
이른 아침에 꼭 걸어보길 추천한다. 늦은 오후에는 과연 어떤 빛으로 찾는 이를 감탄하게 할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내년에는 늦은 오후에 걸어보고싶다.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하천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기껏 한 두대 정도의 공간을 활용하도록 한다.
만경강 자락, 삼례읍에 있는 신천습지는 잘 정돈되었다는 느낌보다는 습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습지를 살리자는 취지인지 인공적인 시설물이 거의 없어 생태계의 보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량은 뚝방 아래 마을쪽에 도로에 차를 댈 수 있는 곳에 주차한 후 오가는 차량통행에 유념해 길을 건너 습지를 걷거나 관람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