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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Nov 20. 2018

서귀포 하논을 아시나요?

그나마 논이라고 하나 있는 하논의 논두렁에서 무심하게 자라는 들개미자리 이야기

제주도는 논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밭이랍니다. 쌀조차 밭에서 수확해서 먹었습니다. 지금은 드넓은 남부평야나 이름을 알만한 이천 등에서 쌀을 공수해 먹지만 여전히 밭벼를 키웁니다. 다른 지역보다 쌀의 귀함이 더할 수 밖에 없었지요. 쌀을 키우는 논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제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산석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논은 물을 머금어야 하는 곳임을 생각하면 수긍이 갑니다. 그런 제주도에 유일하게 논이 있어요. 

서귀포 ‘하논’이라는 곳입니다. 하는 많다는 제주어에서 따왔답니다. 제주어의 ‘하영’이라는 말이 ‘많이’라는 의미죠. 음식점에 가서 “하영 줍서” 하면 많이 달라는 소리입니다. 결국 하논은 논이 많다는 의미가 되겠네요. 육지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지만 제주에 논이 없으니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것도 하영이었을 겁니다.

하논은 마르형 분화구 바닥입니다. 예전에는 호수였을 거라고 추정되죠. 바닥을 이루었던 퇴적층 때문에 물이 촉촉이 고여 지금도 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곳도 이미 추수를 끝냈습니다. 

논두렁을 따라 자잘하게 꽃이 피어있습니다. ‘들개미자리’입니다. 일명 검질(잡초)라 불리기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래도 제 나름 꽃이라고 바람에 한들한들, 가녀린 데 어우러져 피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꽃이 피고지고 할겁니다. 계절의 흐름에 조금은 무심한 아이입니다. 나의 삶이 잡초보다는 꽃이길 바라는 이라면 이들의 초연함을 보았으면 합니다. 

그저 나에게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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