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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계의 이단아, 참나무겨우살이

제주의 꽃이야기

by 파란리본 황정희

겨우살이는 기생이라는 숙명을 갖는다. 독자적인 삶을 택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스스로 살아나갈 여력이 부족한가? 자력으로 광합성 하여 엽록소를 만들 줄 알면서도 다른 나무를 숙주로 하여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겨우살이에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겨우살이가 몸에, 특히 암에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다. 그 때문이다. 그 많던 겨우살이는 이제 까마득하게 올려봐야 하는 키큰나무에 붙어 겨우겨우 삶을 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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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겨우살이는 미약하다. 그들의 삶의 태도와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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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참나무겨우살이는 약해보이지 않는다. 암에 좋다는 이야기도 없고 생김새가 묘한 때문에 가장 강한 천적인 사람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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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등등하게 세력을 뻗어나가는 모습이 숙주마저 먹어치울 기세다. 고개를 젖혀야만 볼 수 있는 가지 끝에 붙어 자라는 겨우살이와 비교되는 삶이다.

눈앞에서 삼나무를 잠식해버릴 것만 같은 참나무겨우살이, 보통 참나무류를 매개로 삼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무서운데도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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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과 정신의 뿌리는 어디에 박혀있을까. 스스로 서지 못하고 어딘가에 저당 잡혀 살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정신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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