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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19. 2018

겨우살이계의 이단아, 참나무겨우살이

제주의 꽃이야기

겨우살이는 기생이라는 숙명을 갖는다. 독자적인 삶을 택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스스로 살아나갈 여력이 부족한가? 자력으로 광합성 하여 엽록소를 만들 줄 알면서도 다른 나무를 숙주로 하여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겨우살이에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겨우살이가 몸에, 특히 암에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다. 그 때문이다. 그 많던 겨우살이는 이제 까마득하게 올려봐야 하는 키큰나무에 붙어 겨우겨우 삶을 부지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겨우살이는 미약하다. 그들의 삶의 태도와는 별개다.

그에 반해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참나무겨우살이는 약해보이지 않는다. 암에 좋다는 이야기도 없고 생김새가 묘한 때문에 가장 강한 천적인 사람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세력을 뻗어나가는 모습이 숙주마저 먹어치울 기세다. 고개를 젖혀야만 볼 수 있는 가지 끝에 붙어 자라는 겨우살이와 비교되는 삶이다. 

눈앞에서 삼나무를 잠식해버릴 것만 같은 참나무겨우살이, 보통 참나무류를 매개로 삼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무서운데도 매혹적이다.

나의 몸과 정신의 뿌리는 어디에 박혀있을까. 스스로 서지 못하고 어딘가에 저당 잡혀 살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정신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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