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리본 황정희 Dec 26. 2023

여행작가에게 글쓰기란?

최근에 나눔을 실천한 분에게 글쓰기에 대해 네차례 강의를 들었다. 유튜브가 지식과 감정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뇌에까지 깊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열심히 강의를 듣는 것 만으론 체득화가 어렵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있는 글쓰기 방에 이 지식들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쉽게 가기로 했다. 먼저 네 차례의 강의안을 헤체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바꾸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려고 한다. 참고 도서는 되도록 찾아서 읽어보고 공부한 뒤 나눌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글쓰기가 조금이라도 성취를 얻기를 바란다. 이런 시도는 나를 위한 것이며 또 좋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에게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위이기를 소망한다. 


***이야기, 스토리,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서사, 플롯을 알자. 


제주도에서 출판, 기획사에 근무할 때 한창 스토리텔링에 대한 붐이 일었었다. 그때의 과제는' 제주도 설화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였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단순히 스토리가 있는 사건을 매끄럽게 만들어 사람들이 납득할만하게 또는 혹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고민이 결여된, 앎이 없는 스토리텔링이 먹힐 리가 있는가. 제주도 설화를 내용을 재구성하여 몇번은 써나가긴 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제주도 설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나름 이야기를 찾아내고 요약했다는 정도로 만족하다가 끝나버렸다. 가장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고 고민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이야기 : 에피소드, 주변 사람 가까이 아버지하고만 대화를 나눠도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이야기를 하다보면 책 한 권은 나올 거라며 추억담을 풀어 놓으신다. 국민학교때 이웃 마을까지 뛰어가서 신문배달했던 이야기,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학비를 벌었던 고학생 시절의 무용담, 깡패들에게 물건을 안 뺏기기 위해 몸을 단련했던 이야기.... 수 십번은 들었던 그것은 아버지의 지난 시절의 이야기다. 이것을 잘 가공하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모든 사람에겐 과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흥미롭지 않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아버지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지만 이야기로만 남았기 때문에 세상의 수 많은 그냥 그런 이야기 중의 하나로 묻혀버리고 말 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글로 써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나의 수 많은 이야기를 소재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 자신을 들여다볼 자신이 없는 것 같다. 


■ 스토리 : 스토리는 수 많은 이야기 중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단순하다면 스토리는 거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매력요소가 있다.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며 연속된 사건들은 시간의 순서, 공간의 순서에 따라 배치된다.


■ 스토리텔링 : '어떤 사건을 원인과 결과에 따른 등장인물의 핵심행동으로 서술하기' 스토리텔링은 내러티브(narrative), 서사(敍事)와 같은 개념이다. 


여행작가는 글쓰기에서 보통 등장인물인 작가( 나 자신)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다. 가끔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캐릭터의 주요 행동(경험, 선택, 반응)은 원인과 결과의 서술 구조로 구성된다. 이 구조는 논리적이고 관련성이 높으며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나만의 독특한 관점, 목소리, 스타일이 생생한 묘사와 정서적 깊이와 결합되어 단순한 사건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바꿔줄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설명적 글쓰기, 정보전달하는 글쓰기에 치중하였다. 이렇게 글을 쓰면 현재시제를 사용하게 된다. 시간이 순차적으로 흐르지 않고 그대로 멈춘다. 이것을 Narrative Essay로 바꾸면 시간의 순서가 생겨 과거시제로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지금도 여행 글을 쓸 때 현재 시제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 플롯 : '이야기 순서를 극적 구조로 변경하여 재구성한 이야기 형태' 플롯은 구조이다. 

여행기에서 플롯은 어떻게 작용할까? 여행기라도 잘 짜여진 줄거리를 만든다면 여행지, 문화, 사람이 버무려진 매력적인 스토리로 보여질 수 있다.


플롯이 있는 여행기는 

-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나(동기, 어떤 여행인가 등)

- 어떤 장애물이 있었나(외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 동행자간의 다툼, 여행지에서의 고독 등)

- 중요한 사건은 뭐였나?(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축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 여행하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돌아옴을 전제로 하는 여행, 달라진 내가 보여야 한다)


단순히 훌륭한 풍경과 관광지를 묘사하는데 치중하여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했던 나의 여행기를 돌아보았다. 여행기 안에 서사를 녹여내려고 시도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내 여행기는 집 안에서 닫힌 창문 너머로 보여지는 풍경을 서술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꽃여행 가이드> 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