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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Dec 27. 2023

나는 왜 여행하고 그것을 쓰는가?

난 왜 여행을 하고 싶어 미쳐버리겠는가? 현실은 나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모험과 미지에 대한 열망을 쫒는다. 



너는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가? 


나는 며칠만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고, 마음이 병들다 못해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어떻게든 떠나려 하고 꼼수를 쓴다. 다른 사람의 여행에 꼽사리를 끼든, 안되면 혼자라도 그냥 간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때는 그나마 견딜만 하다. 


누군가, 그 친구는 지금 연락이 끊겼다. 코로나로 다들 아픈 시기에 보지 말자고 한 친구다. 

나에게 “왜 그렇게 여행에 매달리느냐, 집에 좀 있지 애들 좀 챙겨라, 왜 또 떠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너무 바빠서 여행을 못간다.

그때 ‘난 여행이 좋으니까’라고 짧게 말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줄 알았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뭘까? 

지금에야 심각하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은 나자신에게 '너는 왜 여행을 떠나느냐'고 또박또박 의미를 담아 물어보지 못했다. 


‘넌 왜 자꾸 떠나려고 하고 여행을 못하면 병이 날 것 같냐고?’ 

그래 병이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려 하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려고 하는가?’ 

그래야 내 병이 치유되니까.


나는 여행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남들 저녁 먹을 때 일몰을 보러 가고 다들 쿨쿨 잠들어 있을 때 아침 해를 맞기 위해 나선다. 

나의 여행기는 최고로 멋진 사진(지극히 주관적)과 혹할 만한 글로 포장하여 쓰여진다. 막상 그곳에 가면 '뭐야?' 라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잘못되었을까? 누군가를 떠나게 했다면, 그것이 좋든 싫든 그의 인생에 다른 자국을 남겼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너무나 상업적이고 실제보다 과장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여행기록이다.


나에게도, 분명히 좋았으나 귀찮아서 넘겨버린 기록이 있다. 사진으로만 남아있어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을 남과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을 느낀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사랑과 감정은 이미 퇴색하였으나 흘러가 버려 잡을 수 없는 그때의 이야기를 붙잡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회사에서 맡겨진 일을 잘 마무리하고 드디어 떠나게 된 여행지에서의 안온한 휴식, 일에 치이다 못해 가까스로 부여잡은 숨구멍 같은 선물. 갓 사랑을 시작해 두근거리며 떠난 청춘의 시간,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서운함을 보상하는 시간...


누구는 여행이 여유로움의 대명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여유로워서 한다기보다는 현실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하는 거다. 나와 남이지만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존재를 상기하기 위해 떠난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와 손을 잡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난 살기 위해 여행한다.   

 

나에게 여행은 방전되기 전에, 숨이 꼴딱 넘어가기 전에 하는 인공호흡이다.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가장 행복하고 미치도록 희열에 빠지는, 찰나가 아닌 영원처럼 박제되는 시간이다. 인공호흡의 순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행작가는 그 경험을 나만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수많은 기회의 땅들, 여행지다. 그것이 돈으로 연결되지 않고 나의 사고의 확장일 뿐일지라도 그저 고마운 그런 낯선 땅들 말이다. 그곳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 풍경이 있고 특히 그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 그 모든 것들과의 생경한 만남이 나를 살게했다. 그것을 여행작가들은 저마다의 역량대로 써나간다. 



여행기는 왜 써야 하는가?


나의 여행을 기억에 새기기 위해서 쓴다. 나만 알지 않고 널리 알리고 싶기에 글을 쓴다. 그 기록의 한 자락이 살아 남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쓴다. 한 사람이 보든 천 사람이 보든 쓰는 것이다.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 거다. 나의 여행기를 정리하고 위로와 치유를 했던 나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왜? 그건 나의 흔적이니까. 내가 사랑하고 행복한 그런 순간들의 기억이니까. 


여행지마다 느껴지는 풍경은 시간과 날씨와 환경과 나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곳을 또 가고 내년에도 필 꽃을 또 만나러 간다. 난 그곳을 여행했고 어제와 다른, 작년과 다른 새로움을 만났다. 


나는 분명히 (언젠가, 내일일지, 30년 후 일지는 나도 모른다) 스러져 갈 존재다. 삶의 형태도 다르고 여행하는 패턴도 다르다. 감동하는 포인트도 다르고... 그냥 다 다르다. 그런 다른 존재에서 여행의 한순간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행복하기에 그래서 여행기를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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