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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02. 2018

선운사와 불갑사 꽃무릇 열전

꽃길 여행

어디 꽃무릇이 더 예쁠까? 선운사와 불갑사가 찐하게 한판 붙었다

꽃무릇 밭이다. 넓은 공간에 빼곡하게 심어진 꽃무릇이 매혹적이다.
압도적이지 않으나 소소한 감상의 재미가 있는 선운사 도솔천 꽃무릇

가을 단풍보다 먼저 시작되는 화려한 유혹은? 붉디 붉어 진홍색인 꽃무릇이 아닐까. 님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래서 서로를 그리는 상사화라 부르기도 한다. 실상 상사화라는 꽃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치열한 붉음을 뽐내다 점차 색을 잃고선 마침내 스러져버리는 꽃. 원숙의 계절 가을의 문턱을 여는 꽃무릇은 화려한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방울 맺어 싱그러움이 더한 꽃무릇, 꽃의 색감이 선연하다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는 정열의 꽃, 꽃무릇

우리나라에서 꽃무릇 3대 대표적인 여행지는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를 들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꽃무릇과 절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꽃무릇 뿌리에는 방부재 성분이 들어있다. 탱화를 그릴 때나 단청을 할 때 뿌리 성분을 짓찧어 넣으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오래도록 유지된다. 유난히 절 주변에 꽃무릇이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다.

꽃무릇보다 피는 시기가 빠른 이 꽃이 진짜 상사화다

꽃무릇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물방울 맺힌 모습과 과하지 않은 새벽빛이 내리쬐는 시간이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꽃 색이 반사되어 색이 흐려지는 느낌이다. 흐린 날이나 나무 그늘 아래의 꽃무릇을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우연치 않게 올해에는 대표적 꽃무릇 여행지 중에 고창의 선운사와 영광의 불갑사를 가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선운사는 길 따라 자연스럽고 불갑사는 꽃 융단을 펼친 듯 압도적이다.  

물빛이 어른거리는 보케와 꽃무릇 - 선운사

물 흐르는 소리 따라 찾아든 산사에 피어난 고창 선운사 꽃무릇
도솔천을 따라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무릇이 애틋하다. 햇살이 강한 탓에 꽃과 빛, 그리고 그늘과의 명암대비가 확실하다. 한두 송이 피어있는 꽃이 무대에서 독무를 추는 듯하다. 시선을 확실히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길을 찬찬히 걸으며 꽃무릇의 유혹에 빠져보자.

산책로를 따라 꽃무릇이 도열하듯 피어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붉다, 붉은 융단이 펼쳐지는 영광 불갑사 가는 길
불갑사는 선운사보다 2~3일 개화기가 빠른듯하다. 불갑사를 간 날은 구름이 짙은 흐린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꽃의 색감이 확실하게 살아난다. 대규모로 심은 꽃이 융단처럼 펼쳐진다. 너무나 붉음의 천지여서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불갑사 주변에, 흙담 아래에 심어진 모습은 정겹다. 연못을 지나 산 쪽으로 더 올라가면 그 많던 사람들의 수가 줄어든다.  

무리 지어 피어 눈을 황홀하게 하는 불갑사 꽃무릇
불갑사 위 연못과 능선을 배경으로 한 꽃무릇
불갑사는 9월 중순 붉은 융단을 깐다

추천 맛 집 - 할매보리밥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351/ 061-352-7844
불갑사 입구 식당 거리에 위치한 밥집이다. 꽃무릇이 피는 시기에는 앉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여 가지의 반찬은 깔끔하고 특히 노릇노릇, 두툼하게 구은 해물파전이 푸짐하면서 고소하다.

20여가지 반찬에 노릇하게 구운 파전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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