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마음은 이미 바닷가를 헤맨다. 그곳에 피어나는 갯가 식물들이 삼삼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올해 제주 동쪽 바닷가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보라색 꽃동산이다.
누군가는 드론으로 씨를 뿌린 듯 하다고 말한다.
그 모습이 너무 황홀해서 도대체 몇 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채 해가 뜨기도 전, 햇살이 비쳐들 때, 구름이 좋았던 날, 동쪽임에도 해질 무렵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서...
이래저래 핑계를 대고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 정성에 답하듯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서로 다른 감동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십년을 넘게 보았으나 올해 가장 많이 피었다. 씨앗들이 어디에 숨어있다 이리 한꺼번에 땅을 헤집고 나왔나 싶다. 이토록 많은 갯쑥부쟁이가 피어난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일 지도 모른다. 지난 여름은 처절할 정도로 더웠고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식물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더 많은 꽃을 피운다.
삶을 향한 갈망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