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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Sep 15. 2021

바위에 가까스로 피는 꽃들에게 경배를

왜? 바위틈에 어렵게 뿌리내린 꽃들에 마음이 쏠리는가?

가을이 되니 흙 한 줌 허락하지 않는 바위더미에 간신히 뿌리를 내린 금강초롱이 꽃을 피운다. 오직 깎아지른 암벽뿐인 곳에 자라는 소나무는 굴곡진 삶을 보여주듯 뒤틀리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위태로워보이는 식물을 만나게 되면 아무리 바쁜 발길 일지라도 멈춰서게 된다.


식물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고독한 싸움을 하며 계절에 몸을 맡긴다. 자연이 주는 시련을 이겨내고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야외로 나가면 태양을 마주할 수 있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진다.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 가고 자신의 의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의 삶이 고마울 뿐이.

유난히 바위에 피는 꽃에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는 것은 감정이입이다.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박아내린 단단함에 감탄하고 물과 양분의 결핍 속에서도 결국 꽃을 피워낸 의지에 경배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금강초롱
큰꿩의비름

어디를 가나 꽃은 피고 진다.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다. 메마른 바위 표면의 작은 틈에 뿌리 내린 꽃이 나에게 말한다.


'그만하면 네 삶은 괜찮은 편이야,

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내년에도 나는 이곳에서 꽃을 피울 거야.

너도 더 자란 모습으로 나를 찾아와 주지 않을래'

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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