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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Jul 20. 2018

제주 땅끝 '지미봉'에서 여는 아침

제주 오름이야기

성산은 해맞이의 땅이다. 해를 맞는다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품겠다는 의미다. 제주의 동쪽 끝, 바다에서 솟아오른 성산일출봉은 유독 해를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름에 습관적으로 따라붙는 감상인 걸까. 유독 이곳에서만 해가 뜨는 것처럼 느껴진다. 성산일출봉은 명실상부한 해맞이 장소, 그곳이 배경이 되는 일출은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종달리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오름, 지미봉은 성산일출봉의 아침을 여는 등잔 밑에 숨겨진 열쇠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고적하다.


지미봉 정상에 서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도가 해무가 휩싸여있다.


너무나 삶이 힘겨웠기 때문일까. 물기 하나 없이 쩍쩍 갈라져 버린 마음으로 오름을 올랐다. 성산일출봉과 저 멀리 우도, 그리고 성산 마을을 비추는 햇살이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넓혀 마침내 성산이 밝아졌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한라산과 그 아래 군웅처럼 늘어선 오름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지미봉 정상에 서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도가 해무가 휩싸여있다.


성산 앞바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결처럼 서로를 기대어 솟아오른 한라산과 오름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습기를 불어넣는 풍경이다. 나의 삶에 대한 회상으로 눈물이 어린다. 지미봉은 그런 곳이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건네는 오름이다. 스스로 외로운 듯 서있으나 마음이 배고픈 이들에게 희망 한 줌을 선선히 내어준다.

자귀나무가 한라산, 오름능선과 어우러진다. 점차 깨어나는 대지의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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