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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21. 2019

368개의 자연 명작 "제주 오름"

제주 오름이야기


제주의 오름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그 근본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소홀하였다. 제주의 생성과 오름의 탄생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오름과 제주, 그리고 제주사람들에게 오름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 답은 내가 왜 오름을 좋아하는 지에 대한 답도 함께 찾아줄 것이다.   


제주도를 가려면 대부분 하늘길을 이용한다. 비행기에서 곧 제주도에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구름 위에 솟아있는 한라산 봉우리가 보일듯 말듯 하다. 제주도 부속섬인 추자도를 지나 본섬에 가까이 다가가면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라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라산 아랫자락으로 팥죽이 끓어오르듯 솟아오른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작다 싶은 크고 작은 기생화산구들이 이채롭다. 제주어로 ‘오름’이라고 불리는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이다. 그동안은 세계의 오름 최대 군락으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260여 개 에트나산 오름이 꼽혔다. 이보다 많은 오름이 존재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에.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섬 전체에 걸쳐 산재해 있다. 세계 제일의 오름군을 자랑한다. 오름을 사랑하는 나는 언젠가 에트나산에 가서 제주의 오름과 견주어 확인해 보고싶다.



100만 년 전 제주도가 만들어지는 순간과 그 후 수십 만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차례의 화산 폭발이 진행되었다. 크게 3차례의 화산활동이 있었는데 첫 단계에서는 용암대지가 형성되었고, 두 번째에는 한라산체가 만들어졌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 오름이 생겨났다. 100여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화산활동에 의해 무른 땅을 비집고 오름들이 솟아났다 무너져 내리고 다시 또 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지금의 오름 형태로 굳어졌다. 현재 제주도 곳곳에 있는 기생화산구(奇生火山丘), 즉 분화구를 갖고 있는 작은 화산체인 오름은 368개에 이른다. 화산(Volcono)은 '불의 신'의 이름인 'Vulcan'에서 유래되었다. 자연요소 가운데 하나인 불이 만들어낸 자연명작이 바로 오름이다.


오름은 제주어로 산의 의미다. 불룩하게 나온 지형의 어원에서 볼보->홀모->호름->오름으로 변화했다는 어원의 유래가 있으며 ‘오르다’라는 의미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오름은 대부분 화산석 송이로 이루어져 있다. 비가 많이 내려도 금방 빠져나가 버리고 뿌리를 지탱할 만큼 흙이 단단하지 않아 큰 나무보다는 풀들이 잘 자라는 초지였다. 현재의 숲이 있는 오름은 사람들이 일부러 나무를 심어놓아 숲이 울창해진 것이다. 오름은 그 형태가 제각각이다. 원추형으로 솟아있는가 하면 분화구(굼부리)를 지니고 있다. 원형도 있지만 대부분은 말굽형으로 지질이 약한 쪽으로 흘러내리거나 무너져 내린 형태이다. 오름 분화구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화구호가 있는 오름들은 신비롭다. 한라산 등산로 변에 위치한 사라오름과 사려니숲길에 위치한 물찻오름을 비롯하여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 물장오리 등 화구호가 있는 오름은 모두 9곳이다. 



제주인에게 오름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제주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공기와도 같은 생활환경이다. 오름 주변에 밭을 일구었고 오름에 마소를 방목하여 키웠다. 죽은 자는 오름 자락에 산담의 보호 아래 묻혔다. 오름을 오르며 쉽게 마주치는 죽은 자들의 휴식처, 산담과 무덤을 보면 오름이 제주인들에게 삶과 죽음의 고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오름은 사유지거나 마을의 공동 자산이다. 최근에는 여행자들도 오름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오르고 있다. 오름에 올라서면 길을 지나면서 보는 제주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제주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특별함을 만날 수 있는 이는 직접 오르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풍경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마소들이 있는 목가적 분위기, 사시사철 피어나는 키 작은 야생화들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지금에 이른 자연이 전하는 위로.... 제주의 오름은 자연이 빚은 위대한 예술품이다.  

 

***오름 산행 시 주의사항 : 오름에서는 아무데서나 앉지 않도록 한다. 마소를 방목하다 보니 진드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해 해충기피제를 뿌리거나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여 보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숲이 우거진 오름은 오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방향 감각을 잃어 길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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