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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Dec 12. 2019

한숨이 절로 나오면, 그만큼 힘들다는 거

나도 예전엔 그랬었지


경복궁역에서 가까운 올리바가든, 오늘의 모임 장소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그럴싸한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한숨을 쉰다. 미디움 웰던의 굽기가 너무 바싹 익은 느낌이다. 조금 후에 새우가 들어간 크림스파게티와 해산물 모듬스파케티가 나왔다. 나름 맛이 괜찮아 기분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한숨소리가 들린다.

올리바가든 등심스테이크와 해산물모듬스파케티


"너 왜 이렇게 한숨을 쉬니? 그러면 버릇된다. 하지마"


몇년 전을 떠올린다. 가슴에 쌓인 것이 많으면, 그 응어리가 풀릴 일이 요원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꺼번에 몰아서 숨을 쉬게 된다. 한숨이다. 그리 하면 답답한 속이 그나마 풀릴 것 같아 저절로 내쉬어지는 긴 호흡이다.  


나도 그렇게 습관적으로 한숨을 쉴 때가 있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그 날들은 그저 칙칙했던 것 같다. 마음과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구나 그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기쁜 일이 있어도 제대로 웃을 수 없고, 슬픈 일에는 더 큰 한숨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어두운 순간들을 지났다. 지금은 친구의 한숨소리를 핀잔하며 그러면 계속 한숨 나오는 일만 생기니 기쁜 생각만 하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 친구는요즘 한숨이 절로 나오나 보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벅차서 숨구멍이라도 틔워볼 생각으로 뇌가 시키는 대로 공기 자리를 크게 만들었다 내 뱉으며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나보다.


한숨이 절로 나오면 그만큼 힘들다는 거.

잘 웃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한숨 짓는 그 친구의 속내는 꽤 시끄러울 것이다.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이 순간 또한 지나가리라 말해주련다.  "힘낼 수 있지!"


해가 바뀌는 막바지, 연말이다. 들이키는 술잔에 자주든 간혹이든 얼굴을 마주했던 인연들과의 1년이 담겨있다. 웃고 떠드는 그 자리에 남몰래 한숨 짓는 누군가가 있다면 진심어린 말 한마디를 건네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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