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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Mar 01. 2020

역사의 섬, 강화도-밴댕이 회무침, 순무김치

강화도 섬 여행

강화도를 한 바퀴 돌다가 어딘가에 멈추면 서해의 진득함이 다가온다

‘그 섬에 가고 싶다’란 말에는 그리움이 담겨있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섬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요즘에는 바퀴가 달린 탈 것으로도 갈 수 있게 된 곳이 많아졌다. 접근은 쉬워지고 고 섬이 주는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이 강화도다.    

마니산 등산 중에 만나는 풍경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놓인 후에는 섬이 섬답지 않아졌다. 이것을 아쉬워해야 할 것인가, 기꺼워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몫이다. 어찌 되었든 다리가 놓여 섬 주민들의 생활이 한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섬 나들이가 한결 편해졌다. 초지대교를 지나 강화도에 입도한다.

동막해변

강화도가 섬이라는 사실은 초지대교를 건널 때에 실감한다. 마니산을 오를 때도 그런 느낌이 든다. 마니산 능선을 타면서 만나는 경치는 삭막함이 진을 치고 있는 요즘같은 때에도 충분히 경이롭다. 근육처럼 뻗어 내린 산줄기가 서해바다를 향해 두 팔로 벌리고 있고 바다 위에는 크고 작은 섬이 올망졸망 떠있다. 마니산 정상의 첨성단은 고조선 시대 단군이 제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그 후 신라, 백제, 고구려의 왕들과 고려의 제관과 왕 그리고 조선시대에까지 국가적으로 단군왕검에 대한 제를 이곳에서 지내왔다.  제단을 지키기라도 하듯 서 있는 소사나무 한 그루에 시선이 한참 머문다. 

첨성단과 소사나무

강화도의  역사를 만나기 전 바다가 보고 싶다면 동막해변에 가보자. 해변 가까이 분오리둔대에서 바라보는 서해 풍광은 시름을 잊게 할 정도로 시원하면서도 애잔하다. 서해바다가 갖는 먹먹함 때문이다. 갯벌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바다의 흔적을 삶의 흔적인양 곱씹으며 강화도 대표 사찰인 전등사로 향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등사는 그리 화려하지 않으나 시간의 결을 품고 있다.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절이다. 명부전에서 100m 정도 오르면 정족산사고터가 나온다. 초지대교가 보이는 너른 풍경을 앞에 두고 잠시 쉬어 가도 좋다.    

 

광성보

강화도는 한강을 낀 전략적 요충지였다. 고려시대에는 강화도로 도읍을 옮겨 39년간 몽골에 대항하였고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5진, 7보, 54돈대를 설치하여 외세의 침입을 막고자 하였다. 꼭 가봤으면 하는 곳은 광성보다. 광성보에는 광성돈대, 손돌목돈대, 용두돈대 등이 있다. 송림 사이를 지나 용두돈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은 산책로다.

용두돈대

역사의 현장을 짚어가며 나름 알찬 여행을 했다 싶다. 이제는 추억의 소환이다.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를 지나 대룡시장으로 간다. 제비집이 처마 끝에 붙어있고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시장통이 눈에 들어오는 키가 작은 시장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옛날식 다방에 앉는다. 계란 동동 쌍화차에 옛 기억을 앞에 두고 겨울 볕을 쬔다. 좁은 골목길은 꽈배기 도넛 하나에도 웃음이 스민다. 교동도는 강화도 섬 속의 섬, 당신의 옛 시간을 만나게 해주는 여행지다.  

 

대룡시장내 제일다방 쌍화차, 제일 유명한 곳은 교동다방이나 한적함 속에 쌍화차라면 제일다방이다

강화 추천 먹거리

순무김치

순무김치는 매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비타민 함량이 높고 소화를 촉진시키는데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관광지 앞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나 강화풍물시장에 가면 맛을 보고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어 좋다. 순무김치는 처음 담갔을 때보다는 익었을 때 더 맛있다. 잘 익은 순무김치는 무와는 다른 쫀득하게 씹히는 아삭거림과 혀가 아리다 싶게 톡 쏘는 맛이 난다.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쉽게 순무김치 사진이 없네, 싱싱한 순무로 담근 순무김치는 밥도둑이다

밴댕이회무침

가장 인상에 남는 맛은 강화풍물시장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먹은 밴댕이회무침이다. ‘서울식당’에서 투박하지만 찰진 그 맛을 처음 보았다. ‘밴댕이 가득한 집’, ‘밴댕이로 왕창 잘되는 집’이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포구에서 여유롭게 밴댕이 맛 탐방을 즐겨도 좋다. 다양한 밴댕이 요리와 찬거리가 강화도 만찬으로 기억될 만한 후포항의 ‘청강횟집’을 추천한다.                                 

서울식당 한켠에서 밴댕이 손질에 여념이 없다, 밴댕이회무침을 떠올리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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