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실천…예술과 고용의 상생 실험
[ESG경영칼럼] 최봉혁 칼럼니스트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
경기도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한켠. 따뜻한 커피향과 조용한 에너지가 감도는 공간이 있다. 바로 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I Got Everything’ 카페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장애인 자립과 인식 개선, 지역사회 포용성 확대를 위한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카페의 출발에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이 깊이 자리한다. 롯데는 장애인의 자립 기반 마련이라는 공익적 취지에 공감해, 프리미엄 아울렛 내 매장을 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새로운 기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그 중에서도 ‘S’, 즉 사회적 책임은 최근 들어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장애인 고용, 포용적 서비스, 문화 기회 제공 등 사회 구성원 간의 연결을 실현하는 활동이야말로 ESG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I Got Everything' 카페는 이러한 흐름을 현실로 옮긴 대표 사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정책적 뒷받침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더해져, 2021년 이천에 문을 열었고, 개설 초기 약 8,000만원의 국비 지원과 이천시 및 민간 후원 약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현재는 자립 기반의 지속 운영체계를 구축하여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일자리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직원들이 직접 바리스타, 고객 응대, 매장 정리 등을 책임지고 있으며, 고객들로부터도 “서비스가 더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카페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가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실제 매장 한켠 벽면에는 농아인 출신 화가의 그림과 함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애제자로 잘 알려진 최일권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옆에는 QR코드를 통해 작가 소개와 작품 해설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안내 시스템이 도입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작품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장애 예술인의 삶과 철학을 담아내는 공감과 치유의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정태동 이천시 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은 “그림 한 점을 걸어놓는 것이 말보다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장애 예술인의 자존감은 물론, 고객의 인식에도 긍정적인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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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 Got Everything' 카페는 전국적으로 약 1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정 사무처장 “전국 카페들이 모두 작품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간 구조, 운영 인력, 고객 동선 등 다양한 조건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며 "그럼에도 각 지점에서 장애 예술인 작품 전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ESG 경영의 '사회(S)' 영역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지역사회 연계 전략에도 부합한다.
고객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예술을 감상하고, 그 수익은 장애인의 생계로 돌아간다. 이처럼 브랜드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증폭되는 구조는 ESG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장애 예술인의 창작활동 참여율은 12.4%에 불과하며, 그 중 약 70%는 "경제적 지원 부족"을 이유로 지속 활동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고용의 2.9% 수준이다. 이 두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I Got Everything'같은 융복합형 모델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경기도 이천 'I Got Everything' 카페는 공간 하나로 고용, 문화, 인식 개선, 사회적 연결을 동시에 실현하는 보기 드문 사례다.롯데그룹의 민간 부문 첫 무상임대 지원,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자립형 운영, 예술과의 결합은 ESG 경영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모델이다.
이 카페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장애 예술인의 삶이 예술을 통해 조명받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프로젝트의 성공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의 증거일 것이다.이제는 성과보다 과정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그런 점에서 이천의 한 작은 카페가 보내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이처럼 ‘I Got Everything’ 카페는 단순한 매장을 넘어선다. 이곳은 장애인의 일자리라는 현실적 문제부터 시작해, 예술을 통한 공감의 확대, 지역사회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포용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고용과 예술, 브랜드 가치가 융합된 이 모델은 향후 사회적기업, 지역 문화시설, 교육기관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과의 협업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문화적 주체성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I Got Everything’은 단순한 사업이 아닌 사회혁신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잔의 커피, 한 점의 그림, 한 사람의 자립이 연결될 때 사회는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을까?
롯데가 시작한 이 실험은, 그 답을 향해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