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궁금도 하다.
얼굴을 마주하면 아마 쉴 새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낼 것이 뻔해 생각을 하며 미소가 지어지다, 문득 벌써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을 보고 헐레벌떡 일어난다.
자유로를 달려 나가는 택시의 창문을 내려, 이 계절에 딱 알맞은 온도의 바람을 기분 좋게 얼굴로 부비다 보니 피부가 갈라질 것처럼 건조해진다.
그래 그런 계절이지. 하고 창문을 올린다.
한강 쪽으로 양껏 익어 예쁜 금빛을 내는 갈대들이 한낮의 태양 아래 춤춘다.
그러고 보니 이곳도 오랜만이구나 싶은 망원동의 ‘망리단길’ - 이런 유의 이름 붙이기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 을 쭉 들어가다 시장을 가로질러 그 사람과 간혹 만나던 카페에 들어가 자릴 잡는다. 예쁘고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가 너무나도 한가득이라 한참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분명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뭘 사든,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유리가 두꺼운 펀치 글라스, 짙은 색의 커피에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몽글거리는 우유 거품을 올린 라테를 받아 들고 한 입 마셔본다. 몸서리 칠 만큼 기분 좋은 것들이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온다. 소주 한 잔 한 것 같은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다, 그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커피는 못 마셔. 배도 아프고 좀 싫어 아무튼.
여긴 로열티가 맛있어서 참 좋아.
하루 종일 커피를 최소 3잔에서 많게는 7잔 까지도 마시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을 카페에서 약속을 잡고, 몇 잔이라도 샷을 추가한 커피를 마신다.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안 마시는 게 아니라 못 마신다는 말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내가 애정 하는 것을 함께 공유하진 못하더라도, 싫어하지는 않는다면 좋을 텐데.
약속시간이 5분쯤 넘어 도착한 그 사람은 예상대로 변함없어 - 언제나 많이도 아니고 딱 5분에서 10분 정도를 넘겨 나타나는 - 보였으나,
건강이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아
라며 자리에 앉기도 전에 호들갑스럽게 운을 뗀다
어쩐지 혈색이 어두워 보이고 기운이 없다 했다며,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샷을 추가한 두 잔의 커피를,
그 사람은 로열티를 마시고 주문한 재스민 티까지 다 마시는 동안 세 시간 반이 훌쩍 지난다.
알록달록한 가루만 떨어져 남아 있는 마카롱 접시는 내 앞에 놓여 있다.
그 사람은 단것을 허용하는 기준이 확실하다 말한다.
이를테면 티라미슈는 괜찮지만 마카롱은 안돼.
그린티 라테는 괜찮지만 바닐라라테는 너무 달아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는 그 확실하다는 기준이라는 것은, 가히 주관적이라 초반에는 매번 물어보고 확인받아야 했었다.
예쁜 보랏빛의 노을이 어른거리는 시간.
아쉬움에 와인이라도 한 잔 하자 할 법 함에도, 우리는 쿨하게 안녕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선다.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어째서 우리는 오래도록 만나지 않았거나 혹은 만나지 못했던 것인지.
그 사람의 건강 상태는 다행히도 매우 정상이었으며, 나는 큰일이 아닌 것을 큰일인 양 과장하여 말하는 것에 질색을 한다.
아마도 또 언젠가의 날에,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여야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 지겠다- 는 찝찝한 기분으로 자유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