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시월여덟째날
노을을 보고 싶었다
밝은 나절의 빛을 잔뜩 품은 구름이
시간의 흐름에 무방비 상태로
벌겋고 퍼런 물이 들어가는 것을
그렇게 밤의 색으로 파묻혀가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잘 살아온 거냐는 질문에
그냥 살아오기는 했다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어딘가 몰두해 정신없이 달리다
온갖 것들에 부딪히고 넘어져 보기도 했었다고 말이다
그런 시간만 있었겠느냐고
원치 않았던 삶의 무게에 정작은 내가 무너져
무기력한 일과 달을 보내며 살기도 해 보았다고 말이다
내가 잘 살았을까
살기 위해 살아온 시간을 더 길게 느낀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시절의 색으로 물들어
본연의 색 따윈 잊히는 인생일지도 모르겠구나
내 이상이나 고집스러운 가치관 따위
무시하며 살았던 시간도 짧지 않다
내일 보단
내일을 맞을 오늘의 마음가짐이 두렵다
지고 있는 해도
뜨고 있는 달도 모두 품은
노을빛의 하늘이 가장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