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시월스물둘째날
구석에 처박혀서 미처 넘어가지 못하고 있던
달력을 넘겨본다
시간이 내 의식을 초월하여 흘러간다
오랫동안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후줄근하게 늘어나
구멍까지 숭숭 뚫린 언젠가의 장면이
불쑥 가슴 언저리에 자릴 잡는다
그저 놓여 있을 뿐이었던 기억
그렇게나 오래 전의 일이었던가
그것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던가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울렁임이
잠결에 내린 비에 몸을 떨구고
질퍽거리는 흙 길 위에
정신없이 밟히고 나자빠진 낙엽처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모양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