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시월서른번째날
한 덩어리이던 우리에게 작은 균열이 일어난 것은
사실 오래전의 이야기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 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지
작은 홈처럼 패어있던 그것은
시간이 흘러 길게 뻗고, 또 시간이 흘러 폭을 넓혔다
메우려고 애써도 보고
막으려고 감싸도 보았다 분명
야속하게 시간은 흐르고, 이미 자리 잡은 그것은
대책 없이 굵고 선명한 금이 되다 툭,
떨어져 나간다
아픔은 아주 잠시,
너를 떼어낸 자리는 금세 울퉁불퉁한 것들을 마모하여
매끈하게, 본래의 모습인 양 자리를 잡고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고 칭찬을 하기에도
이제라도 제 자리를 찾았으니 다행이라 하기에도
찝찔한 소금물을 마신 것 같은 매일이 지나간다
- 소중해지기까지는 그리도 오랜 시간이었는데
잊히는 일은 이렇게나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