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선물

by Bluese


밤새 잠을 잘 못 잔 것 같았다. 어깻죽지와 등에 붙은 모든 근육들이, 느리게 꿈틀거리는 중에도 비명을 질러댔다. 꿈을 꾸었던가. 날이 흐린 아침엔 이런 상태로 깨어나는 날이 많다.


저 어디쯤엔가 떠 있을 태양은 보이지 않고, 구름인지 하늘인지 모르게 경계 없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뿌연 회색빛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본다. 그래도 그 어딘가엔 태양이 있을 것이라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되어.


가볍고 투명한 비닐우산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멎은 하늘에서 곧게 내려와 비닐우산 위로 투둑 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어젯밤 같은 소리를 내며 책상 위로 떨어지던 것은 내 눈물이었던가.


우산을 든 반대편 손에 쭉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내려다본다. 조심히 잘 가렴.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린 편의점 택배 시스템을 한참 두들겨 뽑아져 나온 스티커를 붙여 놓고, 괜히 불안한 마음이 되어 빨간 탁자 위에 놓인 그것을 잠시 쳐다보았다.




어젯밤 저 작은 상자에 넣을 편지를 쓰느라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것을 기억해낸다.

누군가들의 말처럼 몸이 멀어져 마음까지 멀어질 수 있다면 좋았을 걸, 괜스레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 조금 울기도 했지, 그랬다.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을 아주 익숙하지는 않은 일본어로 꼭꼭 눌러 적으며, 내 마음도 그 종이 위로 조금이라도 더 짙게 배어져 함께 날아가길 바랐다.


지금쯤에 보내면 당신의 생일에 도착해 줄 수 있을까. 당신에게 가는 동안에 혹시나 내 마음이 젖거나, 구겨지거나, 길을 잃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뿌옇게 앞을 가린 구름 뒤에 당신이 있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보다, 우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선다.


이런 시기에 사랑이란 것을

이렇게 멀리에서 사랑이란 것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소리 내어 내뱉지 않은 내 자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한 비와 함께 더욱 검어져 가는 하늘을, 원망 섞인 눈으로 한참 노려보았다. 렌즈가 말라 눈물이 찔끔 났다.


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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