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십일월다섯번째날
아무도 있어 주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 중 아주 잠시였고,
그냥 언제나와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 그냥 그 순간
어제도, 그 전날에도, 그보다 더 전에도 늘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그 한순간 작정이라도 한 듯이
아무도 있어주지 못했다
금세 서러운 마음이 된다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냘프고 고독한 동물인 걸까
불과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되돌아온
그들의 회신에 안도하고 마는 나
내 마음이 그랬더라 투정 부릴 수 있는
나는 또 얼마나 행복에 겨운 인간인 건가
불필요하게 느낀 외로움에도
자신들의 부재를 흔쾌히 사과해주어
나의 마음은 온전하다
감정이란 것이 늘
필요에 의해 피어나고 지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누군가 보아 주는 것 만으로,
꺾지 않고, 밟지 않고, 가엾이 여겨주는 것 만으로
위안이 된다.
되돌아올 메아리가 없는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을지 모를
세상의 모든 우울들에, 위로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그저 곁에 늘 있어주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홍수가 되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