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se Nov 10. 2020

여백

이천이십년십일월열번째날


순수하고 투박한 것들을 탐한다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멋을 쫓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냥 꾸밀 줄을 모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화려하고 풍성한 것보다

간결하고 여백이 있는 시야에 편안해지고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만남이 싫지 않지만

큰 대화 없이도

스스로의 잔을 채우며 그저 마주 앉아 함께 하는 시간에

더한 애틋함을 나눈다


세월의 탓을 하고 싶지는 않음에도

어느덧 그럴 만큼의 나이가 되어 

어쩌면 그만큼의 마음의 여유마저 

그리워하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눈도 머리도 마음속에까지 그득 찬

온갖 것들의 정보와 사건과 감정들에

진력이 났는지도

그래서 무언갈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의 소용을 깨달은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메워가며 달려온 시간의 크기보다 

채워나가야 할 시간이 더 크게 남아 있다는 사실로

소소하게 위로를 삼고 

좁다란 나의 시공안에도 충분한 여백을 남겨두려 애쓰며

하루의 시간을 또 마무리 짓는다





작가의 이전글 부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