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십일월스물한번째날
손가락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통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만인 것을
그러지를 못하고
부러 저 멀리에 놓아두고 모르는 척하고 말았다
후회의 빛을 띠고 저 멀리서
크게 무리지은 공포가 달려든다
내가 달려갈 수 없는 곳이었다
아니 이미 지나버리고 만 일이었다
후회가 마땅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갖고 가려던 공포와
네가 가버렸을까 두려웠던 나의 공포가
거대한 산이 되어 서서
뒤돌아 서버린 내 어깨를 무겁게 두드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환청 같은 나의 목소리가 들려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못하고
너의 존재를 확인한다
부들거리는 손위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