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거리를 둔 시간이 이만치 흘렀다
어느새 날들은 꽁꽁 얼어붙었고
복작거리는 사람 없이
장식으로 걸린 노란 전구들만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매년 예쁘게 만들어 보내던 카드도 올해는 지나쳤고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조차도 맥없이 나눈다
어느새’ 라고 떠올리곤
하릴도 없이 소란스레 지나가버린
봄과 여름과 가을을
손꼽아 세어보고야 한 해가 저무는 것을 받아들였다
자연의 섭리도 목소리도 등진 인간의 말로를
고독이 덮쳤다
소리만으로 착잡한 안부를 묻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하며
끝내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던
그대들이 사무치도록 그립다
헤쳐나갈 기미가 보이던 염려들이
이제와 별 일 아닌 듯 헛웃음으로 흐릿해진다
정신을 차리려 찬 공기를 들이마시고는
힘껏 불어 내보는 한숨마저
하얀 천조각에 가려져 쉬이 내 마음속을 떠나지 못하고
꾸역꾸역 쌓여가는 불안과 공포감이
서걱거리며 정신을 갉아먹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과 마주하고 함께 먹고 나누는 것이었음을
반쯤 식물인 것처럼 살고 있는 일상에서 깨닫는다
당신들과 나 사이에 벌어진 거리가 그 폭을 줄이고
당신들을 안고, 만지고,
귓가 가득 그 웃음소리를 담을 수 있는 날이
그리 환하게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돌아와 내 곁에 서길
크리스마스 아침에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들이치는
찬 공기를 맞으며 신께 빌었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