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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없는 세상 17화

by 이현성

어떤 이는

첫눈이나 초가을 장마에 그 사람을 떠올린다던데

나는 그런 것은 모른다

나 혼자 현관문을 드나들거나

늦은 지하철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와중에

수채화 그리듯 그대는 나에게 번져오는 것이다

한때는 부르지도 않을 그대 이름을

내 마음속에 깊게 눌러써두기도 했었다

지나간 이는 덧칠할 필요 없이

고요히 여백으로 남기면 되는 것이다

만져서 덧나면 더 큰 일인 것처럼

어찌할 생각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 바람은

지나간 모든 사랑에 답을 주듯

잔잔히 사그라들겠다

좋은 사람은 떠나가도 남아서

밉지 않아서

문득 생각나면 한 움큼 삼키고 사는 그런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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