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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없는 세상 15화

융해

by 이현성

슬픔은 수용성이라는 문장을 보았다

샤워를 하고 나면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간다

물줄기에 녹아내리는 감상인 것이다

그 짧은 글귀가 나를 스쳐 지나갈 때

이 또한 행운이라 정의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어떠한 말속에서

쏟아지는 궁금증을 견디는 것 또한

나의 오래된 즐거움 중 하나이므로

그저 흘려보내는 것

구태여 찾지 않는 것

그러하니 슬픔과 궁금증은 다름없어서

나의 슬픔은 옛 저녁에 사라졌다가

소리 없이 다시 찾아오던 것인가

늦은 밤에 나는 다시 중얼거린다

나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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