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봄, 한 입 두 입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며칠 전 해놓은
미나리나물이 한 통 가득하길래
나물김밥을 해먹기로.
참기름 깨소금 매실청 살짝 넣어
양념한 밥 위에
미나리를 뭉텅뭉텅 올리고
단무지, 달걀 부침
다른 속재료들을 얹어
봄을 한 줄씩 말았다.
거의 봄폭탄 김밥.
햇살 좋은 테라스에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였다.
누구는
김밥을 집어들고
누구는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맛있겠다!"
향긋한 봄이 와락 달려왔다.
"양념맛 뒤에 남는
이 제철 물맛이 귀한 거야.
생명을 깨우는 맛.
이렇게 듬뿍 먹을 수 있는 걸
행운으로 알아라."
마음이란 게 보이면
봄나물이 아닐까 생각하며
연한 미나리 줄기를
아작아작 씹었다.
정오의 햇살 아래
우리는 봄을 통째로 삼켰고
사소한 웃음이
테라스에 머물렀다.
남김 없이
봄을 맛있게 먹었다.
봄, 가지 마!
아니야, 가더라도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