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의 작은 성가
가톨릭재단 고등학교에 다녔다.
지원하지 않았지만
무작위로 선정되어
학교에 첫발을 디뎠다.
일명 뺑뺑이.
9시, 1교시 수업을 시작할 땐
종소리 대신 성가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모든 학생들이 일어나
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때 들었던 성가.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유튜브 실시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장례미사를 보다가
불현듯 그 멜로디가 떠올랐다.
정확한 음정과 함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학교 한쪽에는 수녀원이 있었다.
몇몇 수녀님들은 교단에도 서셨다.
그중 마르고 차분한
카타리나 수녀님.
어느 날 조심스레 물으셨다.
"세례를 받아볼 생각이 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땐 지금보다도 더
믿음이 뭔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수녀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언젠가, 너에게 큰 의미가 될 거야."
...그 말에 이끌려 세례를 받았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여전히 냉담했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종종 생각했지만
대부분은 모른 척 지나쳤다.
마치 숙제를 미루는 아이처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바티칸의 풍경,
운구 행렬을 지켜보면서
가슴 어딘가가 울렸다.
여기 다 적을 순 없지만,
마음 깊은 곳
작은 촛불 하나가 켜졌다.
오...
가만히 텔레비전 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진 나를 보고
남편이 놀란 얼굴로
"울어? 슬퍼?" 하고 물었다.
벅차기도 하고
답을 찾던 시간이 스치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속에
눈물이 핑...
때론 누군가의 한 마디가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했다.
모든 우연은 지나고 나면
의미를 갖게 된다고도 했다.
카타리나 수녀님은
알고 계실까.
그때 그 한 마디가,
이토록 오랫동안
나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멀리 있어도,
마음은 닿을 수 있으니까.
교황님, 부디 편히 쉬소서.
*<감정적 사모님의 에세이 루틴>으로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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