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마을과 별다방
철쭉이 가득 핀 길을 따라
봄바람을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북한 선전마을이 바라보이는 곳에
별다방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선전마을과 별다방,
서로 말도 섞지 못하는 두 세계가
봄바람 한 줄기에
나란히 안겨 있는 장면이라니
어쩐지 묘했다.
장소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해병대가 관리하는 지역이라
신분증 확인도 철저했다.
그 절차부터 새로워서
허락되지 않은 곳으로
여행 온 기분이 물씬 났다.
그 별다방 안에는
동양인, 백인, 흑인, 견학온 학생들까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일부러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서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예상밖 놀라운 풍경이었다.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모두 북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북한까지 1.4km.
그 사이
'할아버지 강'이라는 이름처럼
오래된 시간을 품고
조강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집도 건물도 논도
훤히 다 보였지만
강 너머는 여전히 멀었다.
우리는 얼마나 가까이 있으면서도
또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성산대교 하나,
마포대교 하나 정도의 거리.
쾌청한 날이면
개성도 보인다고 했다.
함께 간 사람들과 웃으며 말했다.
“여기 다리 하나 놓이면
개성 너머 평양까지 가서
냉면 한 그릇
후딱 먹고 오면 되겠다.”
맛집 탐방을 계획하며 웃었지만
농담은 희망적이었고
그 희망은
우리를 휘감고 있는
아주 오래된 바람 같기도 했다.
그런 날이 오긴 올까.
강은 유유히 흐르는데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다양한 언어, 다양한 생각, 다양한 감정이
이렇게 외진 곳까지 와서 만나다니.
오늘 애기봉,
뜻밖에도 아주 인터내셔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