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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낮잠

뒹굴거리며 철학하는 중

by 소피아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이 땅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하루를 살아낸 에너지가

마지막 신호등에서 거의 꺼진 듯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눕혔다.

아니,

눕힌 게 아니라

침대가 나를 끌어당겼다.


침대 위에 곰팡이처럼 피어

아무 말 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


의식의 손잡이를 놓치고

시간의 이음매도 잊은 채

낮잠이라는 동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한참 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났다.

부드럽고, 고요하고,

왠지 모르게 ‘살아 있다’는 기분.

오... 너무 개운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스름이 찾아온 창문을 보며

오후를 통째로 낮잠에 맡긴 게

살짝 찔렸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몽롱한 채,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쁜 것만이,

무언가를 계속 해내는 것만이,

과연 ‘잘 사는 것’일까?


왜 이렇게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낮잠조차

변명해야 할 만큼 조심스러운 걸까.

왜 잠깐의 뒹굴거림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사람이니까,

가끔은 눕기도 해야 하고,

멈춰서기도 해야 하고,

생각 없이 쉬기도 해야 하는데...


오늘 낮잠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좋아. 꼭 달리지 않아도,

이렇게 숨 고르며 가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이야.”


저녁이 되었다.

창밖이 더 어둑해지고,

하루의 잔상도 식어간다.


가끔은 이렇게 쉬는 하루도

다음 날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되니까.


내일은, 다시.

가볍게 숨을 고르고,

또 잘 살아보자.





감정적 사모님의 감정 요약


낮잠 푸지게 잤더니,

세상이 마시멜로처럼 말랑했다.


나는 오늘,
이불에서 피어난 평화주의자.
내일도 그러기를 바라며
이따가 다시 눕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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