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거리며 철학하는 중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이 땅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하루를 살아낸 에너지가
마지막 신호등에서 거의 꺼진 듯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눕혔다.
아니,
눕힌 게 아니라
침대가 나를 끌어당겼다.
침대 위에 곰팡이처럼 피어
아무 말 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
의식의 손잡이를 놓치고
시간의 이음매도 잊은 채
낮잠이라는 동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한참 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났다.
부드럽고, 고요하고,
왠지 모르게 ‘살아 있다’는 기분.
오... 너무 개운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스름이 찾아온 창문을 보며
오후를 통째로 낮잠에 맡긴 게
살짝 찔렸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몽롱한 채,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쁜 것만이,
무언가를 계속 해내는 것만이,
과연 ‘잘 사는 것’일까?
왜 이렇게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낮잠조차
변명해야 할 만큼 조심스러운 걸까.
왜 잠깐의 뒹굴거림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사람이니까,
가끔은 눕기도 해야 하고,
멈춰서기도 해야 하고,
생각 없이 쉬기도 해야 하는데...
오늘 낮잠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좋아. 꼭 달리지 않아도,
이렇게 숨 고르며 가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이야.”
저녁이 되었다.
창밖이 더 어둑해지고,
하루의 잔상도 식어간다.
가끔은 이렇게 쉬는 하루도
다음 날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되니까.
내일은, 다시.
가볍게 숨을 고르고,
또 잘 살아보자.
낮잠 푸지게 잤더니,
세상이 마시멜로처럼 말랑했다.
나는 오늘,
이불에서 피어난 평화주의자.
내일도 그러기를 바라며
이따가 다시 눕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