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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초과근무 중인 나의 하루

요즘 브런치로 출근해서, 브런치로 퇴근합니다

by 소피아

아침 8시 반,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나는 거실 조명을 끄고,
책상 스탠드를 켠다.

출근 완료.


모두가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간 후

혼자 있는 이 기분은

뭐라 말로 할 수 없이

홀, 홀, 홀가분하다.

고요하고, 마음은 가볍다.


내가 다니는 브런치라는 사무실에는

사원증도 없고 동료도 없고
부장님도 없지만
감정의 출입은 굉장히 자유롭다.

이곳은 늘 조용하고

일의 밀도는 꽤 묵직하다.


주 업무는 글쓰기.

기분이 흐려도 문장이 안 써지고,

너무 좋아도 또 이상하게 손이 멈춘다.

적당히 울적한 날

혹은 비 오기 직전 공기처럼

차분히 가라앉은 날

그럴 때 문장이 잘 나온다.


어떨 때는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이야기가 쏟아지기도 한다.


오늘은 브런치 첫 문장을 쓰는 데
2시간 걸렸고
그 문장을 지우는 데 5초 걸렸다.

이런...


카페인도, 시간도, 글감도
모두 소진되기 시작할 무렵
이제 퇴근할까 싶으면
갑자기 또 어떤 감정이 툭 올라온다.


"아 맞다, 이 얘긴 꼭 써야하는데..!"


그래서 미련을 안고 다시 출근한다.
마음이 자꾸 일을 시킨다.
퇴근 도장도 못 찍고

오늘도 브런치에서 야근을 한다.





감정적 사모님의 속마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살아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브런치라는 사무실에서,

초췌한 얼굴로

감정 초과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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