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처럼 상큼했던 날
그날의 샐러드는 참 화려했다.
화이트 발사믹에
트러플 오일이 살짝
바질 페스토가 입안에 퍼지는데
그 향기만으로도
이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예쁜 접시 위에
알록달록 채소가 담겨 있고
누군가 일부러 고른 듯한 색의 조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구성이었다.
그날의 나도 그랬다.
밖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
단정한 옷차림
서두르지 않는 말투도
조화로웠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웃고, 적당히 듣고
조금은 어색한 사이에서
무리하지 않아서
나름 멋이 있었던 하루.
작은 캔버스 같은 접시를 앞에 두고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은은한 미소를 유지하는 자리.
에너지는 꽤 필요했지만
그조차도 신선한 날의 일부 같았다.
그리고 며칠 후 주말 아침,
식구들이 깨기 전
고요 속에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저축해두었던 기분을 꺼내
유리잔 위에 띄워본다.
투명한 얼음 사이로
상큼했던
그때 그 풍경이 동동.
한 모금의 산뜻함이 입안에 퍼진다.
일상이라는 넉넉한 접시 위에서
나를 위해 반짝이는
행복 한 조각을 집어드는 일.
그럴 땐
내 안의 푼수도
살포시 웃을 줄 안다.
어머머 소리를
기특하게 참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