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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나의 회복제

감정을 부드럽게 다루는 나만의 방법

by 소피아

기분이 애매한 날이 있다.

딱히 속상한 건 아닌데

웃을 힘은 나지 않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마음 한켠에 자꾸 맴도는 그런 날.


그럴 땐, 혼자 운전석에 오른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다.
다만 조금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 하나가 있을 뿐.


핸들을 잡고 가까운 드라이브 스루에 도착하면
늘 같은 주문을 건넨다.


“소이라떼,
바닐라 시럽은~

한 펌프만 부탁드릴게요.”


그건 마치
오늘은 살짝만 달콤하게 부탁해요,
하는 작은 신호 같다.


음료를 건네받고
차 안에 퍼지는 따뜻한 향.
소이라떼의 고소함 위로
바닐라 한 방울이 나를 달달하게 감싼다.


그건 절대 세지 않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확 튀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기분이 부드럽게 바뀌기 시작한다.


동네를 천천히 돈다.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쯤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간.


창문을 열고
바람이 감정을 식혀줄 때쯤 느낀다.


“아, 나 다시 괜찮아지고 있구나.”






감정적 사모님의 감정 정리 요약


평소 같으면 아메리카노였겠지만,

이건 감정을 터트리지 않아도

부드럽게 풀어낼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이다.


명치쯤에 뭉친 마음을

서서히 풀어주는

사소하고 다정한 회복제,


한 잔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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