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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도 체력이니까

그래도 또 반가울 거잖아, 그 전화

by 소피아

전화를 끊자 온 집안이 조용해졌다.
수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하루치 에너지를 대책 없이

다 뺏겨 버린 듯

지친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말이야~”로 시작해서

“암튼~ 나도 몰라~”로 끝날 것 같다가

"모르긴 모르는데,

근데 자기야~ 있잖아~"로 이어지는

싱거운 이야기들 사이

끝이 보일듯 말듯한 통화.


이번엔

파마 잘 하고 와, 하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뜨거워진 휴대폰과 작별을 고했다.

드디어..!


분명 신나서 수다를 떨었는데

정신은 멍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도

왜 열었는지 까먹었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기지개를 켜면서

마음에게 살짝,

정돈되어주길 부탁하는

사모님의 리추얼과 다름 없다.


지금... 휴대폰에 붙어 있던 오른쪽 귀,
뭔가 화난 듯 달아올라 있다.
이건 거의 귀의 감정표현.


가만 보면
둘 다 쉬지 않고 떠들었고
서로의 말은 절반쯤 스쳐갔으니

정산은 필요 없는 사이다.


그러니 분명한 건

금세 또 전화가 올 거라는 거다.

그러면 나도

“어머~ 왜 또, 무슨 일이야~” 하면서
다시 그 수다의 풍랑 속으로, 풍덩.


이렇게라도

말을 쏟고 나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가벼워지니까.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말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간다는 것만으로

어쩌면 우린

충분한 건지도 모른다.


마음을 흘려보낸 만큼

하루가 더 가벼워지길.






감정적 사모님의 전화 종료 루틴


전화 끊자마자 “후...” 하며 창문 열기.

그리고 귀에 진주 한 번 쓸어주기.

오늘 고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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