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발행 후 해야 할 일들
쓰고 나면 끝
여전히 글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은 녹록지 않다. 이제는 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글쓰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소재를 찾고, 쓰고, 퇴고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나면, 나는 언제나 녹초가 된다. 발행 전날인 일요일이면, 새벽 3~4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잠들지 못한다. 글은 완성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와 두통에 시달린다. 읽고 또 읽고, 지웠다 또 고쳐 써 본다. 가까스로 깨어있는 머리를 간신히 붙잡으며 어떻게든 글을 완성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다. 매사에 적당히, 지나치지 않을 정도만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글을 쓸 때는 뭔가 다르다. 적당함을 모르고 괜스레 집착한다. 완벽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하길 갈망한다. 책 쓰는 것도 아닌데 무슨 호들갑인가 싶다. 적당히 타협하고 발행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질 못한 채 애꿎은 몸만 축낸다.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자양강장제를 들이부어도 회복될 조짐이 없다. 언제 내 몸이 이렇게 약해졌나 싶다.
발행한 다음날이면 언제나 피곤에 절어있다. 정신이 흐릿하고 일에 집중을 못한다.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다. 응당 다음 글을 고민해야 맞겠지만, 오늘은 좀 봐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상태가 이렇다 보니 브런치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가끔 뜨는 좋아요 알람을 보긴 하지만, 딱 그 정도다. SNS에 글을 공유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읽어봐 달라고 잘 요청하지도 않는다. 누가 좋아요를 누르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도 않는다. 좋아요 수가 적어도 어찌해볼 생각도 없다. 제목을 잘못 지은 건가? 글 수준이 너무 낮은가? 이런 고민을 해보지만, 잠시 뿐이다. 만사가 귀찮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피드백을 주고, 받자
브런치 특성상 새 글이 발행되면 방문자는 증가한다. 구독자에게 새 글 알림이 뿌려지고, ’브런치 나우’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내 글은 저 뒤편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싶어 자극적인 제목과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한계는 있다.
몸이 힘들다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큰 실수다. 글을 발행했다고 글쓰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발행한 글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읽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끄럽더라도 SNS에 공유하고, 브런치 작가들과 소통해야 한다. 좋아요, 댓글, 구독으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이미 글을 올렸으니 읽든지 말든지 모르겠다는 태도로는 브런치를 성장시킬 수 없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누적된 글이 많은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인정할 만큼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게다가 브런치에는 하루에도 수 백에서 수 천 개가 넘는 글이 등록되다 보니, (세어보니 한 시간에 100여 개 정도) 그 많은 글 중 내 글이 주목받는다는 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내 글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드백을 얻고 싶다면, 수동적인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발행했다고 이제 끝이라고 그대로 내버려 둘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무작정 읽어주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다. 내가 먼저 사람들의 브런치를 방문하고,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것으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일종의 거래 같이 느껴진다. 내 글에 좋아요가 늘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아요를 클릭한다. 읽기도 전에 좋아요부터 누르고 건성건성 읽기 시작한다(가끔은 다 읽지도 않는다). 내가 구독했으면 상대도 구독해줬으면 싶다. 이 사람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누르는 게 구독인데, 물물교환 하듯 구독자 수를 거래하려 든다.
이런 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거래라도 해야 내 브런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니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글이라도 제대로 읽어보자. 읽기도 전에 좋아요를 누르지 말고, 읽고 음미하고 생각한 다음 좋아요를 클릭하자. 할 말이 떠오른다면 댓글도 달아보자. 글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말보다는,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자. 뻔한 말보다는 제대로 읽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꼼꼼한 피드백을 남기자. 그렇게 댓글을 쓰다 보면, 읽는 태도가 확연히 바뀐다. 적당히 읽을 수 없다. 의미를 헤아릴 수 있도록 몇 번이고 꼼꼼히 정독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배우는 점이 더 많다. 우선 읽는 능력.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밴다. 이는 글쓰기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최대한 많이 읽는 것 아니던가. 다양한 생각과 문체를 보고 받아들이고, 글쓰기의 양분으로 흡수한다. 가끔은 소재도 얻는다. 누군가의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흐릿하고 불분명했던 내 머릿속의 트리거가 되어 새로운 글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의 글쓰기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다음의 글쓰기다. 지금껏 말했던 공유와 소통은 모두 부차적이다. 성실한 글쓰기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꾸준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는 잠깐의 반짝임보다는, 희미하더라도 꾸준히 빛나는 것의 손을 들어주는 법이다. 꾸준한 글쓰기는 일종의 약속과도 같다. 누구 하나 강제하지 않았지만 일정한 속도로 만들어내는 글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독자는 그 신뢰의 보상으로 구독이라는 작은 대가를 지불한다.
요즘 브런치에는 유독 ‘90일 매일 글쓰기’ 같은 모임이 많아졌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 쓰는 습관을 선물할 요량으로 만들어졌으리라. 좋은 취지다. 하지만, 매일 쓴다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겠지만, 점점 소재는 고갈되고 글쓰기 체력이 약해진다. 당연하게도 글의 수준이 떨어지고, 내용만 채운 일기만 쌓아간다. 이런 식으로 지속되는 글쓰기는 건강하지 않다. 무리한 쓰기는 오히려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리듬이 찾아야 한다. 글의 양과 개수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를 찾아야 한다. 일주일에 2개를 쓰는 게 부담이라면 1개로 줄이자. 글의 길이가 부담이라면 내용을 줄이자. 익숙해지고 일상화되면, 조금씩 늘려나가자. 글쓰기가 부담이거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글을 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