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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Mar 29. 2021

돈이 되는 글쓰기

계속 써야 할까?

브런치에 계속 글을 써야 할까? 쓰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뭔가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랄까. 그리 많은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데, 얻는 것 하나 없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할애해야 할까? 차라리 다른 걸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글을 쓰면서 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그럼에도 쉽사리 멈추지 못한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나에게 계속해서 타자를 두드리게 만드는 걸까?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범선 같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육지가 나올지 알 수 없는데, 계속해서 노를 저어야 하는 그런 상황 같다. 갖가지 도구와 지식을 총동원해 육지를 찾아보지만, 정확한 방향은 찾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를 저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미친 짓에 가깝다. 


사실, 답은 알고 있다. 내 글이 돈이 되길 바란다. 지금 하는 일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글쓰기가 확신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으로 어떤 성취를 바라는 건 요행에 불과하다. 시간을 더 투자하면 될까? 장담할 수 없다. 아예 그만두기엔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불안하니깐 뭐라도 붙잡고 있는다.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안이 점점 나름 잠식하고 말 것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 같은 불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집이 커질 것이다. 


글을 쓰며 돈을 번다 생각해보자.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고, 정기적으로 잡지에 기고하는 등. 이 정도 활동이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 받는 월급의 절반이라도 가능하다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글만 쓰면서 돈을 벌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인생이 완성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다작하는 것도 글 재주도 없는 내가, 글로 돈을 번다는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전업작가라는 직업은 금전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다. 어떤 직업을 들이밀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각박하고 고통스럽다. 예전만큼 책의 수요가 떨어진 탓도 있지만, 애초에 이 작은 나라에서 책으로 먹고 살기란 쉽지 않다. 만 원짜리 책을 만 권 팔아봤자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고작 1,000만 원에 불과하다. 큰돈 아니냐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책 한 권 완성하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다. 수개월에서 1년을 쏟아부어 완성한 책인데, 고작 1,000만 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게다가, 만 권 파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 있는 작가 정도면 모를까. 책 이외의 수입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잡지에 기고하거나 강연을 나가거나. 하지만, 사진과 영상에 돈을 지불하는 시대에 소비의 대상으로써의 글은 그 파이가 작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2중 3중으로 부업에 뛰어든다. 그나마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작가라면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은 배달이나 알바 등 오로지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현직 작가들조차 처지가 이러한데, 노력 없이 글로 돈을 벌겠다니... 상상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럼 왜, 뭣 때문에 글을 쓰는 걸까? 돈도 안 될 텐데 왜 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차라리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무의미하게 글 쓰며 시간을 보내는 니, 가족과 보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브런치를 손절하고 다른 걸 해볼까? 돈이 되는 블로그는 어떨까?


영상의 유튜브(+틱톡), 이미지의 인스타로 디지털 콘텐츠가 양분되면서, 블로그는 이제 끝이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많은 블로거들이 유튜브나 인스타로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정보성 블로그의 수입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시각적 콘텐츠가 주류를 이룬다 하더라도 글 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 달에 천만 원 정도 광고 수입을 올린다는 블로거가 있는 걸 보면, 시간이 지나도 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뭔가 답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육지로 가는 방향을 찾은 것만 같다. 돈이 되는 글쓰기로 전향할까? 검색 잘되는 키워드를 몇 개 추출해 적당한 정보성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트래픽을 모으고 광고를 붙이면 돈이 되지 않을까? 


말은 쉽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다들 못하는 걸까? 이유는 당연하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슈 되는 키워드를 추출해서 적당하게 글을 올려봤자,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콘텐츠의 콘셉트와 내용이 좋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형성한다. 콘텐츠 하나가 갑작스럽게 관심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지난한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거의 비슷한 두 글이 있을 때, 과연 어떤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에 주목할까? A는 10명이 구독하고 10개의 글이 있는 블로그인 반면, B는 10,000명이 구독하고 1,000개의 글이 있는 블로그다. 대부분은 B에 손을 들어준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감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글(또는 디지털 콘텐츠)은 복리 이자를 주는 적금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아무리 모아도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이 커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고 돈이 안된다 하더라도 하나씩 쌓다 보면, 언젠가는 눈에 보이는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겨우 50개 남짓 글을 써놓고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지금 당장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내 글쓰기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리 걱정해봐야 아무런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묵묵하게,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글을 쌓아가자. 그러면 언젠가는, 아주 작은 보상이라도 얻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글쓰기 힘들다고 그만 좀 투덜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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