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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Feb 21. 2021

당신의 브런치에는 메시지가 있습니까?

전략적 글쓰기

나는 글을 무작정 쓴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나 다른 글을 읽다가 깨달은 것, 또는 누군가와 나는 대화 속에서 소재를 찾는다. 소재의 출처가 즉흥적이다 보니 글에 연속성이 떨어지고 주제는 산만하다. 글쓰기, 읽기, 취미(전에는 이것도 몇 개로 나눠져 있었다), 여행,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기타 에세이 등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카테고리가 많아지고 있다. 매거진이 벌써 6개. 아니, 아직 6개 일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쓴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매거진이 탄생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고가 확장되고 관심사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 할 수는 없다. 처한 환경과 만나는 사람, 읽는 글에 따라서 사람의 사고가 확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긍정적이다. 다만, 써야 한다는 압박감, 고갈되는 소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장한 관심사, 소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채널(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등)에 지나치게 다양한 소재로 쓰인 글은 전체적인 핵심을 모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읽는 사람의 기대감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 스스로를 위로해봤자 목적의식이 부족한 행위는 지속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글을 발행하는데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마치 벽에다 계속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꾸준히 쓸 수 있는 글쓰기 체력이 만들어졌다 생각한다면,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 글 쓰는 채널을 하나의 브랜드로써 인식되도록 글을 축적 해가야 한다.

글은 왜 쓸까? Weekly-blogging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서일까? 무슨 미션 수행하듯 일주일에 하나씩 처리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랜 기간의 관성에 따른 것뿐일까? 사람마다 각자 쓰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은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내포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쓰는 것 자체에서 위로받는 사람은 굳이 남들이 봐주지 않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 글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남들의 관심만큼 중요한 게 없다.

만약 당신에게 타인의 관심이 중요한 요소라면, 그것을 인정한다면, 글쓰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식 글쓰기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전략을 짜고 실행해야 한다. 어떻게 써야 이슈가 되고, 댓글과 좋아요, 구독이 늘어날지를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브런치나 유튜브나 여타 다른 어떤 플랫폼이든 상관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크리에이터)이라면,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사람들이 우연히 재밌는 글이나 영상을 발견했다면, 혹시라도 이와 비슷한 콘텐츠가 있을까 싶어 채널을 방문한다.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고 앞으로 발행될 콘텐츠가 기대된다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구독 버튼을 클릭한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지나치게 다양한 주제를 산발적으로 다루거나 명확하게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 않는 채널이라면, 기대감은 떨어지고 그대로 이탈하고 만다.

그렇다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글만 쓰자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글을 씀과 동시에 남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브런치를 방문하고, 댓글 달고, 구독을 눌러봐야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다면 사람들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대충 몇 자 휘갈겨놓고선 다른 사람에게 구독해 달라 말하는 것은 그저 구걸에 불과할 뿐이다. 글이 좋고 콘텐츠가 좋은 채널이라면, 사람들은 저절로 모이는 법이다.  

그럼 어떻게 전략을 짜야할까? 검색에 잘 걸리도록 제목을 짓고, 읽는 지속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문단과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고, SNS 활동을 해야 할까? 물론 이러한 기술적 전략도 중요하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유입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메시지다. 당신의 채널이 어떤 말을 하는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느냐가 흥망을 결정한다.

메시지라 해서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당신의 글이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는지, 또는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를 뜻한다.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 영화를 재밌게 리뷰하는 채널 등 특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소한 어떤 것, 단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채널이라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저는 이러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채널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채널소개하는데  마디로 정의가 어렵고 주절주절 설명이 필요하다면, 어쩌면  채널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얘기를 하려는 걸까?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은 걸까? 한참 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주제로 한참 쓰다가 갑자기 여행에 대해 쓴다. 그러다 다시 각종 취미로 화제가 전환되고, 간간히 회사나 디자인에 관한 글도 발행한다. 누가 보더라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늦었다 생각지는 않는다. 고작 40여 개 글을 쓰고선 뭔가 이루려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오히려 관성에 의지한 채, 떠오르는 것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야말로 지양해야 하는 태도다. 지금은 과정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채널의 방향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결정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당신이 원하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채널이 탄생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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