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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Sep 06. 2021

어느 일요일 오후의 글쓰기

내키는대로 쓰자

일요일 오후, 다시  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나, 주간 글쓰기는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마감은 월요일 오전이다. 일주일 내내 뭐하다 이제야 쓰기 시작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저 답답한 마음일 . 다음 주에는 미리 쓰겠다 또다시 다짐해보지만, 다음 주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결코 이길  없다.


한창 글쓰기에 재미가 붙었을 때는 쓰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소재로 가득했다. 한 주가 시작되면 소재를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기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할 때도, 걸어갈 때도, 심지어 운전하고 있을 때도 글쓰기를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 일요일까지 미루는 법이 없었다. 주중이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다. 일요일은 마무리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글쓰기가 하나의 숙제처럼 여겨진다. 하기 싫은 회사일, 밀린 방학 숙제, 시험  날의 공부 같은 느낌이다. 일단 미룰  있을 때까지 미뤄본다. 그리고  이상 미룰  없을 때가 되면, 번개같이 해치워버린다.


어쩌면, 압박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 2,000 이상은 써야 한다는 규칙, 바닥난 소재, 통일감 있는 주제의식, 그리고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글쓰기를 담으로 만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글쓰기는 그저 처리해야  하나의 대상이 되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몰아치듯 쓰다 보니, 글에 여유가 사라졌다. 흐름도 어색해졌다.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무너졌다. 횡설수설은 기본이고, 시종일관 진지하고 딱딱해졌다. 주제도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처럼 왔다 갔다 한다. 분명 처음 어떤 글을 쓰겠다 마음먹어도, 에는 생각지도 않은 다른 녀석이 만들어졌다.


이런 글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아무리 흥미로운 소재라도 이렇게 쓰인 글은 읽히지 않는다.  만들어진 음악이나 영화가 그러하듯, 좋은 글에는 리듬감이 필수. 리듬 있는 글은 읽다 보면 마치 노래를 부르는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심장소리마저 리듬에 맞춰 뛰는  은 느낌이다. 카타르시스가 바로 이런 느낌 아닐까?


하지만, 언제나 재미있는 글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인간인지라 상태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쉬어야 한다. 괜히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괜히  상태 악화시킨다.


그래도 써야겠다 생각이 든다면, 만족감을 버리자. 그리고 일단 쓰자. 완성도는 잊어버리고 내키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리자. 마스터피스는 혼신의 노력으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함이 오히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법이다.




규칙을 덜어내자. 쓰기라는 본질에 집중하자. 과한 욕심으로 스스로에게 부담을 울 필요는 없다.


2,000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

2,000자는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다 할 수 있지만, 하나의 완성된   정도 양이 되어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채운다는 생각이 오히려 부담이었. 어떤 소재는 2,000자로도 부족하지만, 다른 어떤 소재로는 부담스러운 숫자가 된. 양이 많다해서 꼭 좋은 글이 아니다. 제한 두지 말자. 그냥, 쓰고 싶은데로 쓰자.


생각의 흐름대로 써보자

주제의식이 명확한 글은 훌륭한 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의 정리와 확신을 위한 검증, 그리고 수많은 퇴고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꼬박 들여도 부족할  있다. 가끔은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그날의 일을  나열하는 것도 나쁘지 은 방법이. 세상에 하나의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글이 좋은지 나쁜지는 독자가 몫이다. 스스로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자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면, 좋아요와 구독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고 싶다. 하지만,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남을 의식한 나머지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 숫자에 집착하지 자.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쓰자.




그러나   가지, 버릴  없는 . 그것은 바로 계속해서 쓰는 이다.  어떤 규칙을 무시하더라도 이것 하나만은 버리지 말자. 좋은 글은 꾸준함에서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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