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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Apr 12. 2021

개발자 초봉이 6,000이라는데...

연봉에 혹하지 않기

네카라쿠배당토


외국어가 아니다. 시골 어디에서만 사용하는 사투리도 아니다. 요즘 개발자들이 원하는 기업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순서대로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합쳐 네카라쿠배당토라 부른다. 이들 기업은 높은 연봉과 수평적 문화(대체로)를 바탕으로 전통적 대기업을 밀어내고, 개발자들의 취업 희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작은 쿠팡이었다. 작년(2020년 6월 경) 쿠팡은 사이닝 보너스 5,000만 원을 내걸고 개발자를 모집했다.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쿠팡에 개발자가 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게다가 IT업계의 무서운 성장 속도가 업계 전반에 개발자 수요를 폭증시켰다. 개발자 구인이 점점 어려워지자 주요 IT 기업들은 너도나도 쿠팡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시작되었다.


현역 개발자로서 격렬히 환영한다. 이제야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박봉과 잦은 야근에 시달렸는가. 조금씩 처우가 개선되는 것 같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연봉과 인센티브만으로 개발자를 꿈꾼다면, 다시 한번 숙고할 것을 권한다. 내 커리어는 대단할 것 하나 없지만, 10년 가까운 기간을 종사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느낀 점을 몇 가지 알려주고자 한다. 혹시라도 지금 개발자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생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평생 공부할 생각이 없다면, 개발자는 포기하는 게 낫다. 취업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가는 몇 년도 채 버티질 못할 것이다. 직종과 상관없이 자기계발이 필수인 시대지만, 개발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술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온다. 조금이라도 안일한 태도로 손 놓고 있다가는 한 순간에 도태되어 버린다. 개발 지식과 신 기술을 계속해서 습득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야지 이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개발은 철저한 실력 중심 업종이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연봉으로 입사했더라도 그 수준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란 보장은 없다.



혹시 컴퓨터 관련 전공이 아닌가요?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체계적 커리큘럼을 거치지 않았다면(내가 그렇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실무를 접하는 순간부터 배울 내용이 넘쳐날 테니. 같은 내용이라도 기초가 부족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움의 차이가 크다. 남들은 1시간에 충분히 습득할 내용인데도, 기초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한 기술만 잘 익히면 되지 않느냐 반문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공자라고 반드시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4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의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 더 공부할 자신이 없다면, 개발자가 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취미로 개발할 자신이 있나요?

개발자라고 모두 취미가 개발(코딩)은 아니다. 하지만, 취미로 개발하는 사람을 따라잡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주말에 카페에서 하루 종일 자판을 두드려도 행복한 사람과 어찌 경쟁이 가능할까. 그렇지만, 개발이 취미가 될 수 없더라도 취미생활하듯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기술 문서를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성취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개발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쳐다보기 싫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요?

개발자라고 다 같은 개발자가 아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고 퉁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다양한 분야로 나눠진다. 앱, 프런트엔드, 게임, 서버, 임베디드, 데이터, AI 등 개발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는 정말 많다(점점 많아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하는 방식과 익혀야 하는 지식도 상당히 다른 편이다. 장기적 목표 없이 시키는 데로만 일한다면, 나중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중간한 개발자가 될지도 모른다.



코딩만 좋아하나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개발자니까 개발만 잘하면 그만 아닌가요? 굳이 다른 능력이 필요한가요? 그러나, 개발 실력이 뛰어난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리랜서같이 혼자 일하는 환경이라면 개발 실력만 뛰어나도 그만이다. 하지만, 기획자나 디자이너 등 다른 직군과 협업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획서를 보고 기간을 산정하고 디자이너와 조율하는 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보자. 무리한 기능을 요구하려는 기획자가 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개발적으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면, 어떻게든 기획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이때, 개발 용어를 마구 섞어 쓰며 기획자를 설득하려 시도한다. 상대방의 지식과 이해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언어로만 말한다. 알아듣는 기획자가 있을까? 컴퓨터 전공자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사실, 현실에 이런 개발자는 의외로 많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코딩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른 직군의 업무로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도 개발 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네카라쿠배당토가 아니어도 괜찮은가요?

최근에 전반적인 개발자 연봉이 인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언론에 등장하는 파격적 연봉 인상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 다수의 개발자들은 여전히 박봉과 강한 업무강도에 시달린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지겠지만, 언론의 일부 모습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네카라쿠배당토의 개발자라고 모두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공채로 입사했거나, 스카우트되어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낮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연봉만 보고 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는 직종인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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