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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May 02. 2021

회사는 취미로 다니면 안 되는 겁니꽈?

행복한 회사 생활을 위해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다


회사를 다니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는 자아실현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목적을 포장한다. 표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주목적은 바로  벌기.  어떤 다른 것으로도 대신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 열정, 희생 같은 것들이  벌기보다 우선시된다 말하지만, 그것은 강요된 열정이며 불필요한 희생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이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다.


건축하던 시절 내가 그랬다. 정말 좋아했고, 원했던 일이었다. 꿈이 있었고, 목표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10년간 공들인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물론,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생각보다 훨씬 하찮은 일에 시간을 쏟아 붙는 게 싫었다. 이상과 현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골이 깊었다. 고작 이런 일 하려고 그 수많은 밤을 지새웠던 걸까? 허무함이 밀려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그 허무함을 증폭시켰다. 꿈으로 상쇄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대기업을 선택한 동기들을 볼 때마다 늘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자진해서 동굴 속으로 숨어버렸다.


업으로 삼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당신은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은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한다.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만 하겠다 고집한다면, 당신의  자체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능력을 팔아 돈으로 맞바꾼다. 당신이 좋아하는  무엇이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먹고사는  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이유라면, 우리는 회사와 연애할 필요가 없다. 회사는 어떤 일의 쓸모 맞게 돈을 지불하는 곳이고, 우리는  쓸모 부합하도록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돈을 지급받는다. 회사는  이상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 강요할  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만큼의 업무만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회사는 열정이라는 얄팍한 언변으로 야근과 희생을 강요한다. 이는 명백한 갑질이다. 회사는 인생을 거는 곳이 아니다. 잠시 돈을 버는 곳일 ,  이상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달콤한 말로 당신을 현혹하는 것은, 당장은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울  똑같이 당신을 필요로 할까? 아니. 그때는 아마, 정리해고 리스트에 당신이 가장 먼저 포함될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와  발짝 떨어져 일을 바라보자.


평생을 바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돈이라는 가치와 맞바꾸기 위한 계약이라 생각하자. 즐겁지 않은 일에 하루의 1/3(야근, 출퇴근 포함하면 거의 1/2) 쏟아 붙는 것도 모자라, 남은 시간마저 회사에 쏟아야 할까? 우리는 즐거워야 한다. 즐거워야  의무가 있다.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자.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만들자. 생산적인 일이 아니어도 좋다. 회사와 분리시켜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자.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는 법. 회사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승진이나 임원 같은 단어는 더 이상 가까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옆자리 동료보다 낮은 연봉도 감수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내 책상이 1순위로 빠지는 것 또한 감수해야 한다.


대안이 필요하다.


회사에 인생을 올인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있는 다음의 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어쩌면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거듭된 실패 , 회사의 울타리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답은 없다. 각자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니기로 정했다. 연봉과 승진에 목매지 않고 내게 집중하기로 했다. 게임하듯 일하고, 수다 떨듯이 업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바꿀 수 없는 상사(불편한 단어지만, 대안이 없다)와 해결할 수 없는 회사 일 때문에, 더 이상 내 감정이 소모되는 꼴을 지켜볼 수 없다. 누군가에겐 전쟁터 같은 회사지만, 내게는 슬리퍼 질질 끌면서 가볍게 나가는 동네 마실 같은 모습이길 바란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나는 이제, 취미로 회사 다니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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