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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May 24. 2021

왜 MZ세대는 재테크에 열광할까?

회사보다 투자

며칠 전, 코인이 떡락(크게 하락)했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가상 자산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남들 따라 투자한 사람이 많다 보니, 약간의 악재(약간이 아닐 수도)에도 크게 휘청거렸다. 하락과 동시에, 나는 코인 계좌를 정리했다. 애초에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도 없었고, 그리 큰 금액을 투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련 없이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 이참에 앱도 지워버렸다. 괜히 설치되어 있으면 시세 확인 차 계속 접속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꾸 보다 보면 혹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그런데, 다시 설치했다. 그냥 궁금하잖아...)


아마도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10분 만에 한 달 월급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일이 일 같아 보일까. 고작 몇 백만 원을 위해 스트레스받으며 고생해야 할까 싶다. 차라리 전문 투자자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선뜻 도전하기는 어렵다. 그러면서도, 코인 하나 대박 나면 언제든 그만둘 각오로 오늘도 꾸역꾸역 책상 앞에서 버텨본다.



요즘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재테크다. 

주식, 코인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이들이 투자에 열을 올린다. 회사 휴식 공간에도, 카페에도, 어딜 가나 투자 이야기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럴 때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혹시라도 대박 투자 정보를 건지게 될지 모르니까.


(들으면 안 되는데...)


주식하세요? 아니면, 코인 하세요?


아무리 어색한 사이라도 이 질문 하나면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진다. 어떤 종목이 좋으냐, 어떻게 사고 어떻게 파느냐 등. 연봉이 낮더라도, 학벌이 좋지 않더라도, 외모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투자에 재능만 있다면 충분히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 투자 능력이 곧 매력인 시대가 되었다.



돈을 버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많은 이들이 ‘내 집 마련’을 1차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자산 가격의 폭등은,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빼앗아 버렸다. 이제는 도무지 일해서 집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일해서 집을 샀다는 말은 들어 본 지 오래다. 부모님에게 물려받거나, 투자로 성공하지 않으면 꿈도 꿀 수 없다. 저축으로 집 샀다는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전래동화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전세는 또 어떤가? 은행이 꿔주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 월세는 뭐 만만하던가. 이도 저도 안된다 싶으면, 결국 탈서울을 감행할 수밖에.


대신,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실력(이라 쓰고 운이라 읽는다)만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주식이나 코인에 몰리기 시작했다. 대박 나서 퇴사한다더라 같은 소리가 영웅담처럼 퍼지고, 빚투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서점을 가더라도 재테크 코너만 북적거린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추천서적 코너에도, 어딜 가나 재테크 서적으로 가득 차 있다. 과연 요즘 MZ세대 중, 인문학이나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관련 업종이 아니라면)이 있기는 할까?


노동은 왜 이리 처참한 신세가 되었을까?


한편으로는 노동의 가치가 무너졌다며, 노동의 가치를 바로잡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사회 리더와 석학들이 앞다투어 노동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로소득자 우위의 사회를 벗어나,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 주장한다.



자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른다.

정부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행해진 양적완화가 자산 가격에 버블을 만들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주식이나 코인에 뛰어들게 되었다. 성공만 하면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데, 그 누가 차곡차곡 월급 모아서 부자가 되려고 할까. 애초에 불가능한 미래보다는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일에 걸어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자본주의는 자본가 우위의 사회다. 노동자는 생산하지만, 생산한 제품에 대한 권리는 없다. 노동자는 자본가와의 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다. 제품을 판매하고 발생한 이익은 모두 자본가의 몫이다. 인센티브와 같은 형태로 노동자에게 일부 지급되긴 하지만, 그 크기는 자본가의 몫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렇게, 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에게, 투자는 하나의 탈출구로써의 역할을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20년 전,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미래 산업구조는 첨단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 예언했다. 늘 그렇듯 리프킨의 말은 시대를 많이 앞서 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을 당연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는 이미 탈노동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굳이 나스닥이 아니더라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IT와 바이오, 첨단 제조업 등 첨단기술 산업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기업들은 커지는 규모에 비해 노동력의 크기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부분이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아지길 기대하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자리 보존은 장담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자리는 기계가 대신할 테고, 일자리를 잃은 일부 노동자들은 빈민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래에는 일부 기술 집약적 노동자만 남게 될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고, 미래는 불안하다. 자산 가격은 미친 듯이 오르고, 늘어나는 부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대한민국에서, 미래의 불안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부를 축적해야 한다. 젊은 MZ 세대가 투자에 목매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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